"제2의 이근호로 만들겠다."
박경훈 제주 감독이 스타만들기를 선언했다. 주인공은 2년차 무명 배일환이다.
박 감독은 배일환만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지난 시즌 2군 경기에도 제대로 뛰지 못한 선수가 포기하지 않고 훈련에 매진하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참 열심히 했다. 개인 훈련만 놓고 본다면 우리 팀에서 가장 열심히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력의 대가를 인정해 주고 싶었다"고 했다.
배일환의 노력을 본 박 감독은 4일 인천과의 개막전(3대1 제주 승)에서 오른쪽 날개를 맡겼다. 배일환은 저돌적인 모습으로 인천의 왼쪽 수비를 무너뜨렸다. 활발히 움직이던 배일환은 전반 29분 꿈에 그리던 K-리그 데뷔골을 성공시켰다. 배일환은 "경기 전부터 코치 선생님들과 동료들이 '네가 골을 넣을거다'도 얘기를 많이 해줬다. 이를 부담으로 느끼지 않고 기분 좋게 받아 들인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박 감독은 배일환의 경기력에 대한 신뢰도 있었지만 다른 포석이 있었다. 주목받지 못했던 배일환에게 기회를 줌으로써 백업 선수들을 자극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다. 박 감독은 "일환이는 무명이다. '나는 왜 안될까'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에게 열심히 한다면 충분히 기회가 돌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배일환은 스스로 지난시즌은 눈물 젖은 빵을 먹었다고 했다. 지난해 단 2경기 출전에 그쳤다. 2009년 U-리그에서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을만큼 재능을 인정받았던 그에게는 힘든 시간이었다. 배일환은 "지난해에는 자신감이 너무 떨어졌다. 2010년에 제주가 좋은 성적을 거둔만큼 판이 짜여진 곳에서 헤집고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뛰지 못하자 '내 모습이 이게 아닌데'하는 오기가 들더라. 혼자서 나이트 키고 볼차고 웨이트에도 전념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면서 스스로 기량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배일환이 얼마나 열심히 땀을 흘렸는지 지켜본 동료들도 데뷔골에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배일환은 "경기 후 라커룸에서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니가 골 넣으니까 나도 좋다'라고 얘기해주는데 기분이 참 좋았다"며 웃었다.
배일환의 별명은 '들소'다. 저돌적 플레이 때문에 얻은 별명이다. 박 감독이 '제2의 이근호'가 될 수 있다고 말해준게 맘에 든단다. 배일환은 "저돌적인 선수를 좋아한다. 외국 선수도 테베스(맨시티) 루니(맨유) 수아레스(리버풀) 같은 선수가 좋다. 한국에서는 이근호의 플레이를 많이 보고 연습했다. 더 노력해서 별명처럼 시원한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첫 단추는 잘 뀄다. 배일환의 기용에 의구심을 품던 사람들도 그의 활약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박 감독은 더 많은 기회를 통해 자신감을 심어줄 요량이다. 박 감독은 "세기만 더해진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인천전 골을 계기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신뢰를 줄 생각"이라고 했다. 올시즌 제주를 지켜보는 팬이라면 배일환 이름 석자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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