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난해 3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회에서 특이한 제안을 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톱 시드를 배정 받더라도 마지막 5번 시드를 달라고 요청했다. 2013년 6월 18일 브라질에서 개막되는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아시안컵 우승팀 자격으로 출전하니 최종예선 경기 일정을 맞추기 힘들다는 나름의 근거를 댔다. AFC는 일본의 요청을 받아 들었다. 당시 AFC집행위원회에서는 시드 배정 계획과 최종예선 경기 일정 등이 확정됐다.
7일(한국시각)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발표 결과 호주(20위)와 한국(30위)이 아시아 1, 2위를 차지해 최종예선 톱시드를 받았다. 우즈베키스탄과의 3차예선 최종전에서 패한 일본(33위)은 한국에 아시아 2위 자리를 내주고 이란(51)과 함께 2번 시드로 내려갔다. 당초 예상했던 톱 시드는 아니지만, 일본은 지난해 3월 AFC집행위원회 결과를 바탕으로 9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릴 최종예선 조 추첨에서 5번 시드를 배정 받게 된다. 나머지 팀들이 한 계단 위의 시드에 포진한다.
최종예선 시드 배정 결과 경기 일정 최대 수혜자는 일본이다. 일정을 조목조목 따져보면 알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공개한 최종예선 경기 일정을 들여다 보면, 5번 시드를 배정 받은 일본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일정이 짜여 있다. 일본은 6월 8일과 13일 각각 안방에서 최종예선 1, 2차전을 치르고 12일 3차전은 원정 경기를 갖는다. 세 달을 쉰 9월 11일 다시 홈에서 최종예선 4차전, 두 달을 건너뛰어 11월 14일 원정 5차전이 열린다. 팀당 8경기씩을 치르는 최종예선은 초반 4경기 결과가 전체적인 판도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일본이 초반 4경기 중 3경기를 안방에서 치른다는 것은 큰 혜택이다. 이동거리가 불과 2시간 밖에 안되는데다 시차도 없고 기후까지 닮은 한국과 한 조가 되면, 3차전은 한-일전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1~4차전을 모두 홈에서 치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터닝 포인트를 돈 뒤에도 '비단길'이 깔려 있다. 11월 14일 원정 5차전을 치르고 2013년 3월 26일에 원정 6차전을 갖는다. 6월 4일과 11일 각각 홈, 원정 순서로 7~8차전이 열린다. 경기 간격이 넓어 준비 기간이 충분하다. 2연전의 경우도 홈 경기를 먼저 치르고 원정을 나서 '역 시차'에 걸리지 않는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종예선을 치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반면, 한국과 호주는 톱시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본보다 불리하다. 초반 고전이 예상된다. 6월 8일 첫 경기로 4번 시드에 속한 요르단 또는 카타르와 최종예선 첫 경기를 치러야 한다. 일본이 5번 시드로 내려가 한 계단씩 시드 번호가 올라가는 팀이 생기는 경우를 감안하면 애초에 5번 시드를 받은 오만, 레바논과도 맞붙을 수 있다. 네 팀 중 어떤 팀을 만나도 한국과 호주 모두 10시간이 넘는 이동이 불가피하다. 장거리 원정을 마친 지 불과 나흘 뒤인 6월 12일 안방에서 2차전을 치르게 되는데, 꼬박 하루가 소요되는 귀국 일정 등을 감안하면 2차전 준비기간은 불과 이틀 밖에 되지 않는다, '역 시차'에 걸리게 되어 홈 이점을 발휘하기도 쉽지 않게 된다. 이후에도 3~4차전을 원정으로 치러야 한다. 초반 4경기 중 원정경기가 세 차례나 된다.
한국은 5~8차전 일정이 그나마 좀 나은 편이다. 6차전 원정만 제외하면 5~8차전 모두 홈에서 치르게 된다. 그러나 초반 일정이 꼬일 경우, 막판 뒤집기가 쉽지 않은게 최종예선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 입장에서는 한숨이 나올 만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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