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철퇴 축구'라는 독특한 이름을 얻은 울산. 김호곤 감독은 '철퇴왕'이라는 근사한 별명이 생겼다.
다소 엉뚱했지만 모두가 이를 반기는데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무엇보다 철퇴는 상태에게 분명하고 강한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압도적인 이미지가 좋았기 때문이다. '철퇴'는 사실 최신 무기가 아니다. 파괴력은 있지만 느리고, 원거리 공격은 용이해도 근거리는 시원찮다. 삼국지나 역사책에 등장하는 장수들이 철퇴 대신 하나같이 검이나 도, 창같은 무기를 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뭔가 '미련해' 보이는 철퇴 이미지를 바꿀 방법은? 김호곤 감독이 '철퇴 업그레이드'를 선언했다. 스피드 덧씌우기다.
김 감독은 "올시즌 초반 이기고 승점을 쌓으니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패싱 타이밍이 자꾸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은 올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첫 경기인 베이징 궈안전에서 1대0 승, K-리그 개막전 포항전에서 1대0 승, 리그 2라운드에서도 경남을 상대로 2대1로 이겼다. 쾌조의 3연승.
그렇다고 과정까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김 감독이 가장 좋았다고 평가한 경기는 포항전이다. 스코어는 박빙이었지만 공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좋았다. 김 감독은 "겨우내 우리가 연습한 것은 이와는 달랐다. 빠른 패스를 주문했고 실제로 그렇게 호흡을 맞췄다. 볼을 잡아서 줄 곳이 없으면 끌지 않고 일단 가까운 곳으로 패스한 뒤 스스로 움직여서 공간을 만드는 연습을 했다. 지금 모습은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울산의 고민은 여기서 출발한다. 중앙 미드필드는 이 호와 에스티벤이 책임지고 있는데 이들을 통하지 않고 볼이 최전방으로 투입될 때가 많다. 볼을 줄 곳이 마땅치 않으면 한 명이 볼을 질질 끌다가 백패스를 하곤 한다. 공격 템포가 죽는다. 역습 효과 또한 반감된다.
스피드업의 열쇠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다. 김 감독은 "패싱 집중연습을 통해 공수 전환에 리듬을 가할 생각이다. 수비를 하다가도 찬스를 잡으면 순식간에 공격으로 돌아서고, 공격수도 때로는 수비에 가담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역설한다. 시즌 초반은 그나마 다행스럽게 넘어갔지만 중반으로 접어들면 지금같은 모습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김 감독 생각이다.
"다른 팀들도 충분한 연구를 할 것이다. 좀더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면 당할 수 밖에 없다."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또 있다. 체력 저하다. 이근호 김신욱 등 주전 멤버들은 매경기 거의 바뀌지 않는다. 시즌 초반이라 이들을 계속 기용하면서 경기 감각을 유지시키려 했다. 한데 울산은 정규리그 외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까지 겸해야 한다. 일단 당분간 힘들더라도 선수들에게 조금만 참아달라고 했다. 김 감독은 "체력관리를 하겠다. 김신욱과 이근호의 경우 둘을 조금씩 교체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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