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박항서 상주 감독(55)에게 요즘 많이 생각날만 할 말이다. K-리그를 통해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 대표팀에서 지도했던 고참급 선수들과 K-리그 사령탑으로 맞대결을 펼칠 것을 생각하면 10년 전 생각이 더 많이 난다. 전남 감독 시절에는 황선홍 포항 감독(당시 부산 감독)과 K-리그에서 대결을 펼쳤다. 2년 만에 K-리그로 복귀한 올시즌에는 황 감독이외에 최용수 서울 감독, 유상철 대전 감독 등과도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상대 벤치에 앉아있는 감독에게 이름을 부르기도, '야'라고 하기에도 애매하지만 박 감독은 이같은 상황이 재미있기만 하다.
제자들이 K-리그 사령탑에 오른 것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젊은 감독들이 K-리그에 많이 등장했다. 2002년에 대표팀에서 뛰던 선수들과 K-리그에서 감독으로 대결하니 재미있다. 대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 모를 스릴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이 성적도 잘 내고 있으니 좋은데 솔직히 후배들이 치고 올라온다 생각하니 위기의식도 느껴진다. 우리 세대가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다"며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월드컵 대표팀으로 인연을 맺지는 못했지만 40대 기수의 대표주자인 신태용 성남 감독과는 지난 11일 K-리그 3라운드에서 이미 대결을 펼쳤다. 1대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25일 홈에서 제자와의 또 다른 대결을 앞두고 있다. 상대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포옹 세리머니로 화제를 모았던 황선홍 감독. 황 감독은 한-일월드컵 조별예선 1차전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히딩크 감독을 뒤로 하고 박항서 감독에게 달려가 안겼다. 경기전 농담으로 약속한 것이 현실이 됐다. 덕분에 벤치 앞에서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던 히딩크 감독은 황 감독이 자신을 지나치자 민망함에 등만 두들겼다.
박 감독도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지만 10년 전 일일 뿐이란다. 박 감독은 "황 감독이랑 친분이 두텁긴 하지만 승부는 승부다. 황 감독이 올시즌 승리를 거두지 못해 부담감이 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홈이점이 있다. 어려운 상대임은 분명하지만 우리도 승리에 목 마르다"고 전면전을 시사했다.
상주-포항전은 박 감독의 '경험'과 황 감독의 '패기'가 충돌하는 현장이기도다. 하지만 박 감독은 "황 감독에게 한 수 배우러 간다는 느낌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젊은 감독들이 대세"라며 극구 부정했다. 박 감독의 여유일까, 아니면 40대 젊은 감독들이 늘어난 K-리그의 현실일까. 상주-포항전의 결과를 통해 정답을 확인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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