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 26일 시작됐다.
통합 6연패에 도전하는 신한은행이 또 다시 챔프전에 올랐다. 여기까지는 예년 구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상대팀이 결승 단골 맞상대인 삼성생명이나 KDB생명이 아닌 KB스타즈(국민은행)이다. 그러다보니 두 팀에 얽힌 사연이 한 두개가 아니다. 이번 챔프전을 '사연 시리즈'라 부르는 이유다.
100% vs 0%
신한은행은 전신인 현대건설팀을 이어받아 2005년 창단한 후 역대로 챔프전에 6번 진출, 모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007 겨울리그부터 지난 시즌까지는 심지어 정규시즌 1위와 챔프전 우승을 동시에 달성,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전무한 통합 5연패를 일궈냈다. 가히 챔프전의 팀이라 할 수 있다.
반면 KB스타즈는 2002 겨울리그와 2006 여름리그에서 2번 챔프전에 올랐지만 모두 졌다. 우승 경험이 없다. 농구대잔치 시절 여자농구를 호령했던 국민은행의 기세가 머쓱할 뿐이다. 6년만에 찾아온 우승 재도전 기회. 100%와 0%, 신한은행은 이 기록을 지키려 그리고 KB스타즈는 이를 깨려 한다.
친정팀, 친구는 잠시 잊는다
이번 챔프전을 신한은행 대 정선민이라 부르기도 한다. 정선민은 지난 시즌까지 신한은행의 에이스로서, 통합 5연패를 일군 주역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KB스타즈로 이적, 공교롭게 이 기록을 깨야하는 선봉에 서 있다.
사실 정선민은 신한은행을 스스로 떠났다. 팀과의 불화설도 있었지만, 신한은행이 전주원 진미정 등 노장들이 은퇴하고 젊은 팀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더 머물 이유나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정팀이긴 하지만 꼭 넘어서고 싶다는 뜻을 시즌 내내 수차례 밝혀왔다.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서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여기에 올 시즌 양 팀에서 가장 급성장하며 '대세'로까지 불리는 신한은행 김단비와 KB스타즈 강아정은 동갑내기 절친사이다. 게다가 포지션이 포워드로 겹쳐 자주 매치업 상대가 된다. 지난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도 나란히 1,2순위로 프로 무대에 섰다. 1m80으로 키까지 똑같다. 하지만 '친구'라는 이름은 잠시 잊어야 한다. 승부의 세계는 그만큼 냉혹하다.
달인과 지장의 '맞짱'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올 시즌부터 '농구의 달인'이라 불린다. 2007년 팀에 부임한 후 통합 4연패를 이끌었다. 올 시즌 주전들의 대거 이탈로 중위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동안 키워놓은 벤치 멤버들로 다시 챔프전까지 올랐다. 여자농구에 늦게 합류했지만, 이제는 한국 여자농구계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KB스타즈 정덕화 감독은 대표적인 '지장'이다. 남자와 여자농구를 넘나든 몇 안되는 지도자이기도 하거니와, 신구 멤버가 조화된 팀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역대 챔프전에 5번 진출, 삼성생명 사령탑이던 2006 여름리그에 우승한 것이 전부다.
게다가 두 감독은 지난 2007~08시즌에 만나 임 감독의 신한은행이 3전 전승으로 셧아웃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팀은 달라졌지만 정 감독으로선 설욕의 무대인 셈이다. 두 감독은 수비에 일가견이 있었지만 선수시절 큰 빛을 보지 못한 것도 비슷하다. 2년 선후배 사이지만 서로를 깍듯이 존중한다. 하지만 '맞짱'에서 양보는 없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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