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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첫승 뒤 빛난 '꽃미남 수비수' 임종은의 투혼

by 전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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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K-리그 강원FC와 성남 일화전 전반이 끝나갈 무렵, 성남의 중앙수비수 임종은(22)이 코를 부여잡았다. 격렬한 몸싸움 중 상대 선수의 머리에 코를 정통으로 부딪혔다. 코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걱정하는 코칭스태프를 향해 동그라미 사인을 그려보였다. 후반전에도 코를 솜으로 틀어막은 채 그라운드에 나섰다. 경기 중간중간 피가 떨어졌다. 지혈을 위해 3~4번이나 사이드라인에 서야 했다. 치료를 받으면서도 눈은 그라운드를 향했다. 다친 코에 공이 스칠 때마다 머리가 띵할 만큼 아팠다. "계속 뛰겠다, 뛸 수 있다"는 생각만 했다. 4경기만의 첫승이 바로 코앞이었다.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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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센터백' 임종은은 고생 한번 모르고 자란 듯 곱상한 얼굴에 비해 남모를 시련이 많았다. 연령별 청소년 대표를 거쳤지만 날아오를라치면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현대고 1학년 때 키가 부쩍 자라면서 왼쪽무릎에 알 수 없는 성장통이 찾아왔다. 17세 이하 대표팀에 발탁된 이후 괜찮아지는 듯 했던 무릎은 2009년 재발했다.이 무렵 임종은은 될 성 부른 유망주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홍정호 김영권 윤석영 오재석 등과 한솥밥을 먹었다. 부상만 아니었다면 여전히 올림픽대표팀과 A대표팀에서 경쟁했을지 모를 '또래' 라이벌들이다.

울산 현대중-고 출신 유스로 울산 현대에서 프로 첫 시즌을 보낸 2009년 말 왼쪽무릎 연골 수술을 받았다. 이후 2010~2011년 두 시즌 동안 뛰지 못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재활기간 동안 그라운드를 향한 그리움이 사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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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은은 성남 이적 직후인 올해 초 홍콩아시안챌린지컵에서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샤 자리에 처음 나섰다. 2년만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냥 경기를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고 했다. 시즌을 앞두고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기를 많이 뛰었으면 좋겠다. 경기수가 많으니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자신을 낮췄다.

임종은은 개막 후 4경기에서 성남의 주전 수비수로 뛰었다. 스스로도 의외였다고 했다. 전북과의 개막전을 제외한 상주, 울산, 강원전에 3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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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첫 선발 출전한 상주전에서 K-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예리한 크로스로 요반치치의 후반 인저리타임 종료 직전 동점골을 도왔다. '믿고 써준' 신태용 성남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패배 직전의 팀을 구했건만 "골 들어가는 순간만 좋았다"고 했다.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별로였다"고 덧붙였다.

두번째 선발 출전, '친정팀' 울산 현대에 0대3으로 지고 나선 남몰래 울었다. 울산에서 9년간 동고동락한 선후배들을 상대로 '꼭 이기고 싶었노라'고 했다. 한껏 욕심을 냈던 울산전 이후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세번째 선발 출전, 25일 첫승을 노린 강원전에 나서는 각오는 결연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한 중앙수비수 사샤와 왼쪽풀백 홍 철의 몫까지 버텨내야 했다. 교체는 애시당초 꿈도 꾸지 않았다. 임종은은 이날 코피를 쏟으며 풀타임을 소화했다. '코피 투혼'으로 성남의 2대1 마수걸이 승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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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에 병원에 다녀왔다는 임종은의 목소리는 여전히 씩씩했다. "코뼈에 금이 좀 갔다는데, 괜찮아요"라며 웃었다. 당장 30일 열릴 부산전을 염려하자 "뛸 수 있어요. 뛸 수 있어요. 무조건, 당연히 뛰어야죠"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2년 넘게, 그토록 그리던 그라운드다. 이제 겨우 기회를 잡았다. 그저 "마스크를 쓸지 말지, 그것이 고민"이라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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