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펼쳐진 사상 첫 남북대결의 명암이 엇갈렸다. 구자철은 웃었고, 정대세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경기 후 함께 나눈 악수 속에는 묘한 여운이 있었다.
구자철이 속한 아우크스부르크와 정대세의 쾰른이 31일(한국시각)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SGL 아레나에서 분데스리가 28라운드 경기를 펼쳤다. 1963년 재편된 분데스리가의 전신인 독일 내셔널 챔피언십이 시작된 1900년 이래 남북의 축구선수가 한자리에서 경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사적 의미와 달리,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승패는 갈렸다. 구자철은 풀타임을 소화하며 선제골까지 터뜨린 반면, 정대세는 후반 30분 교체 출전해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두 선수는 나란히 겨울이적시장을 통해 팀을 옮겼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다. 볼프스부르크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구자철은 8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아우크스부르크의 구세주'로 칭송받고 있다. 반면 2부 리그 보쿰에서 15골을 넣으며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정대세는 이적 후 단 세경기 교체출전에 그치고 있다. 당연히 한골도 넣지 못하고 있다.
구자철은 이날도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본인이 선호하는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에 나선 구자철은 경기 초반부터 좋은 활약을 펼쳤다. 전반 18분 구자철의 오른발이 불을 뿜었다. 벨링하우젠이 왼쪽을 흔들며 중앙에 있는 구자철에 내주자, 구자철은 지체 없이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낮게 깔린 볼은 쾰른의 렌징 골키퍼가 손쓸 수 없는 왼쪽 구석으로 꽂혔다. 이 골로 구자철은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구자철은 1-1 동점이던 전반 45분 결승골에도 기여했다. 구자철은 페널티킥을 얻어낸 바이에르의 침투 때 기가막힌 패스를 넣어줬다. 구자철-바이에르가 만든 페널티킥을 난도 라파엘이 성공시키며 결승골을 뽑아냈다. 이 후에도 구자철은 빼어난 키핑과 패싱력을 과시하며 아우크스부르크의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였다.
정대세는 쾰른의 간판 공격수인 포돌스키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입됐지만, 솔바켄 감독과의 불화설이 제기되며 벤치에 머물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팀의 1대2 패배를 막지 못했다. 남북선수의 명함 속에 아우크스부르크는 6경기 연속 무패행진(3승3무), 쾰른은 4연패에 빠졌다. 순위도 바뀌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14위(6승12무10패·승점 30), 쾰른은 강등권인 16위(8승4무16패·승점 28)로 떨어졌다.
치열했던 경기와 달리 경기 후에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J-리그에서 뛰어 일본어가 능통한 정대세가 아우크스부르크의 호소가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자 구자철이 달려가 유니폼 교환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미 정대세는 호소가이와 유니폼을 바꾼 뒤였다. 구자철은 정대세와 몇마디 대화를 나눈 뒤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나눴다. 치열했던 승부를 따뜻하게 바꾼 남북의 우정이 독일땅에서 빛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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