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결정전 5차전 종료를 앞두고 심판진에 격하게 항의, 퇴장을 당했던 동부 외국인 센터 로드 벤슨. 많은 팬들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부터 한국 무대에서 뛰며 외국인 선수 답지 않게 온순한 플레이로 사랑을 받아온 '순둥이'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두 눈을 부릅뜨고 유니폼 상의까지 벗어 던지며 흥분을 했으니 "도대체 얼마나 화가 났으면 저랬을까"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4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던 KGC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벤슨은 경기 종료 1분48초를 남기고 2개의 테크니컬 파울을 지적받아 퇴장당했다. 단순히 그 순간 "파울을 불어주지 않았다"고 날뛴게 아니었다. 팀의 핵심 선수인 김주성이 1쿼터에만 3개의 파울을 지적받았고 비슷한 플레이가 연출됐음에도 애매한 판정이 이어지자 결국 벤슨이 폭발하고 만 것이다.
퇴장 판정을 받은 벤슨은 쉽게 분을 삭이지 못했다.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다시 한 번 심판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놀랍게도 라커룸에 들어선 벤슨은 그 어떤 난동도 없이 침묵했다고 한다. 라커룸에 들어간 벤슨을 지켜본 동부 이흥섭 과장은 "보통 외국인 선수들을 생각하면 집기를 집어던지고 주먹으로 벽을 치는 등의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벤슨은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아무도 없는 라커룸 맨 구석, 자신의 라커 앞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거친 숨을 몰아쉬기만 했다. 그렇게 울분을 참아냈다"고 밝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벤슨은 통역을 보자 슬며시 "경기는 어떻게 됐냐"고 물었다고 한다. "감독이 퇴장당했고 결국 패했다"는 얘기를 듣고서는 머리를 감싸쥐며 고개를 떨구었다. 자신이 퇴장당하면서 허무하게 상대에 승리를 내줄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죄책감의 표시였다.
이 과장은 안정을 찾은 벤슨에게 "이미 지나간 일이니 잊고 6차전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잘해보자"라고 말했고 벤슨도 고개를 끄덕였다. 6차전 그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벤슨이 팀을 얼마나 생각하는지에 대한 일화가 있다. 지난달 29일 원주에서 열린 양팀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앞두고 잠시 벤슨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벤슨에게 "자유계약제도에서 드래프트제도로 용병 선발 방식이 바뀌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벤슨은 지체 없이 "어리석은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기자는 단순히 받을 수 있는 돈이 줄어들어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벤슨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그렇게 되면 다음 시즌 나는 동부에서 뛸 수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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