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청춘이 스러졌다.
K-리그 대전과 수원에서 활약했던 이경환(24)이 숨진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선배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돈을 받으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무명 대학 선수 생활마저 접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극적으로 프로무대를 밟아 승승장구하던 젊은 선수는 '승부조작'이라는 멍에를 뒤집어 쓰고 축구화를 벗었다. 구단에서 퇴출된 후 차마 사실을 홀어머니에게 알리지 못할 정도로 여린 마음을 갖고 있었다. 방황 끝에 찾은 탈출구는 '투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이다.
K-리그를 뒤흔든 승부조작 파문으로 축구계를 떠난 이들의 숫자는 62명에 달한다. 이들은 선수자격 영구박탈 및 자격정지, 보호관찰 처분을 받아 더 이상 축구 관련 일을 할 수 없는 처지다. 징계 당시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의 앞길을 막는다는 반론도 있었다. 하지만 중차대한 범죄에는 무관용이 필요하다는 일벌백계론이 주를 이뤘다. 파문이 가신 후 뜻 있는 이들이 모였다. 최순호 서울 미래기획단장의 제안으로 보호관찰자들을 대상으로 사회봉사 활동프로그램이 조직됐다. 선수들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새 출발을 다짐했다. 매달 1~2차례 정기적으로 모여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자리에 참석하고 있다. 프로연맹은 전담직원을 두고 참가자들과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보호관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직원들이 사회봉사 프로그램에도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봉사활동 외 별개의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여러가지 논의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잘못에 의해 퇴출된 선수들을 대놓고 챙겨주기는 힘들다. 아직까지 이들에 대한 비난여론이 만만치 않다." 승부조작 가담자들도 봉사활동 외에는 딱히 활동이 없다. 20년 가까이 축구만 바라보고 달려왔으니 선수나 지도자로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가 힘들다.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도 부담스럽다. 어두운 세계로 빠져 들거나 극단적인 선택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시계를 되돌릴 순 없다. 하지만 더 이상의 아픔은 없어야 한다. 보호관찰을 넘어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상황을 보면 프로연맹이 그나마 움직이고 있을 뿐, 나머지는 갖춰진 것이 없다. 축구와 관련을 맺지는 못하더라도 사회인으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직접 나서기 힘든 연맹이나 축구협회 차원보다는 스포츠 주무부서 또는 법 집행 기관, 종교·사회 단체 등과 연계한 갱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승부조작 문제가 불거진 프로배구와 야구에서도 이경환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짓기 어렵다.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선수 생명 끝'이라는 결과 앞에 극단적인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수 차례 사건으로 드러나고 있다. 더 이상 아픔은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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