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엽이한테 무척 미안하더라구요."
국내 프로야구에 비디오 판독 제도가 도입된 것은 지난 2009년이다. 홈런 여부를 결정할 때 한해서 비디오 리플레이를 이용하게 돼 있다. 비디오 판독에 따라 기존에 내려졌던 결정이 번복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비디오 판독 요청은 오로지 감독만이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 류중일 감독이 1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이승엽을 향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전날(17일) 두산전에서 이승엽은 0-9로 뒤진 9회초 3루타를 터뜨렸다. 두산 마무리 프록터의 148㎞짜리 몸쪽 직구를 잡아당겨 오른쪽 펜스 맨꼭대기를 때리는 타구를 날렸다. 공은 펜스를 맞고 튀어나와 외야 그라운드로 굴러 들어왔다. 이 틈을 타 이승엽은 3루에 여유있게 안착했다.
그런데 이승엽의 타구는 다소 애매했다. 펜스 바로 뒤에 서있던 관중의 손을 맞고 안으로 떨어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지 않았다. 9점이나 뒤지고 있는데다 경기 막판 경기를 지연시킨다는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류 감독은 "사실 홈런같기도 했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지 않았다. 승엽이나 1루코치도 아무 액션이 없길래 그냥 넘어갔다"며 "그런데 오늘 아침 하이라이트를 보니 홈런인 것 같았다. 펜스 위에 있던 관중의 손을 맞고 안으로 떨어진 듯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그 장면을 다시 보니 승엽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승부는 이미 결정된 상태라 어필을 하지 않았지만, 승엽이 개인에게는 홈런 1개가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라며 "다른 선수도 아니고 승엽이의 홈런을 생각했다면 어필을 좀 할 걸 그랬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승엽은 지난 15일 대구 넥센전에서 국내 복귀 첫 홈런을 터뜨렸다. 만약 이날 타구가 비디오 판독을 통해 홈런 판정을 받았다면 시즌 2호 홈런이 되는 셈이었다. 이승엽의 홈런 행진에 속도가 붙을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류 감독이 이승엽에게 미안했던게 바로 이 점이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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