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일우의 기회는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무대 뒤에서 전 출연진의 대사를 달달 외웠던 단역배우가 주연배우의 돌발사고로 깜짝 출연해 스타덤에 오르는 식이다.
22일 성남-광주전 전반 20분 무렵 '성남의 원톱' 요반치치가 허벅지 통증을 호소했다. 에벨찡요가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요반치치까지 빠지게 됐다. 공격라인의 위기였다. 교체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신인' 김현우 박세영 '이적생' 이현호 등이 급하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이 김현우를 찾았다. "현우 어디 갔어?" 올시즌 입단해 지난 대전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김현우는 거침없는 플레이로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화장실 갔는데요"라는 스태프의 한마디에 신 감독의 시선은 곧바로 박세영에게 꽂혔다. 경기 직전 취재진들에게 가능성을 넌지시 귀띔했던 신인 드래프트 4순위 '루키'다. "세영이 나가!" 전반 24분 신 감독의 출격 명령이 떨어졌다. 순간의 선택은 직관적이었다. 드라마같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직관은 거짓말처럼 적중했다.
박세영은 이날 프로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했다. 후반 35분 교체투입된 이현호의 중원 패스를 이어받아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침착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이날 단 한차례 슈팅을 골로 연결하는 '원샷원킬'의 결정력을 뽐냈다. '왼발잡이' 박세영의 데뷔골은 오른발이었다. 골 직후 뛸 듯이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펜스를 뛰어넘었다. 펜스를 뛰어넘었으나 그 다음 동작에서 머뭇했다. 첫 세리머니답게 뭔가 어설펐지만, 풋풋했다.
박세영은 '성남의 중원사령관' 김성환의 동아대 후배다. 김성환은 직전 경기인 대전전 퇴장으로 인해 이날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관중석에서 마음 졸이며 선 채로 후반전을 지켜봤다. 동아대 포워드 시절 처진 스트라이커, 윙포워드 등 공격라인에서 두루 활약했다. "볼을 참 잘 찬다니까요." 나란히 선 에이전트와 동료들에게 박세영의 칭찬을 늘어놨다. 에벨톤의 해트트릭에 이어 박세영의 깜짝골이 터지자 자신의 골인양 환호했다. 직속 후배의 데뷔전 데뷔골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세영이는 공을 예쁘게 찬다. 골 결정력도 있고, 많이 뛴다. 왼발잡이라서 상대 수비수가 마크하기 힘든 점도 있다. 몸싸움만 보완하면 대성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후반 32분 그라운드에 들어선 지 3분만에 날카로운 중원 크로스로 박세영의 데뷔골을 도운 이현호는 이날 밤 자신의 트위터에 썼다. "현우야 몸 풀 때 화장실 가지 마라."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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