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야", "샘"….
스승은 환갑이 훌쩍 넘었다. 제자도 올해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감독이 됐다.
사제지간의 정은 변색되지 않았다. 경기를 앞두고 지도자들은 예민해 진다. 함께 자리를 하지 않는다. 아무리 친해도 애써 외면한다.
김호곤 울산 감독(61)과 최용수 FC서울 감독(41)은 달랐다. 김 감독이 연세대 지휘봉을 잡을 당시 최 감독이 선수로 뛰었다. 스승과 제자를 떠나면 동래고-연세대 선후배 사이다. 호칭은 세월이 흘러도, 지위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기자들과 함께 자리했다.
최 감독의 입이 쉬지 않았다. "여유를 잃지 않은 샘이 겁이 납니다." "울산은 올시즌 확실히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병행하면 체력이 부담될텐데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최 감독의 '평가'에 김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기라. 서울의 홈경기를 보면 늘 부럽다. 경기는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다. 관중을 보면 위압감을 느낀다." 화답했다.
2011년 11월 19일, 스승은 그라운드에서 냉정한 승부의 세계를 가르쳤다. 최 감독이 대행 때였다. 서울이 3위, 울산이 6위로 리그를 마감했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닥뜨렸다. 정규리그에서 서울이 두 차례 맞붙어 1승1무를 기록했다. 서울의 우세가 예상됐다. 뚜껑을 연 결과, 180도 달랐다. '철퇴축구'로 중무장한 김 감독이 3대1로 완승했다. 최 감독은 여전히 그 날을 잊지 못하고 있다.
울산과 서울이 2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올시즌 첫 충돌했다. 여전히 승부에는 양보가 없었다. 최 감독이 김 감독의 눈치를 보며 "양보를 해주시겠죠"라며 기자들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감독에 오른 후 처음으로 양복이 아닌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김 감독은 외면했다. 선문답을 했다. "아디가 부상인지 몰랐네. 그 얘기는 안했잖아. 용수가 (김)신욱이를 많이 겁내더라. 그래서 (고)창현이를 선발로 내세웠다." 사실은 달랐다. 김신욱은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했다. 교체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김 감독은 전반을 0-1로 뒤지자 후반 시작과 함께 김신욱을 가동했다.
울산-서울전은 당초 14일 K-리그 8라운드로 예정된 경기였다. 울산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호주 원정으로 이날로 연기됐다. '사제의 대결'에서 이번에는 승자가 없었다. 제자는 5개월여 전의 아픔을 털어내지 못했다. 데얀이 전반 9분과 후반 7분 멀티골(2골)을 터트리며 2-0으로 승기를 잡는 듯 했다. 울산은 후반 12분 고슬기가 만회골을 터트렸다. 서울은 후반 19분 최현태가 경고 2장으로 퇴장당하며 수적 열세에 놓였고, 후반 32분 마라냥이 동점골을 터트렸다. 울산과 서울은 각각 3위(승점 18·5승3무1패), 4위(승점16·4승4무1패)를 유지했다.
울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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