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반, 아이싱을 하며 경기를 지켜보는 선수. 그날의 선발 투수다.
승리 요건을 채우고 내려온 경우 특히 눈을 떼지 못한다. 경기를 보던 중 동점을 내줘 자신의 승리가 날아가면 이중고에 시달린다. 속 상한 건 당연지사. 표정 관리까지 어려워진다. 자칫 동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서다. 그래서 보통 TV 화면에서 자유로운 덕아웃 안쪽 공간으로 슬쩍 몸을 피한다. 일종의 회피다.
선발 투수는 의존적 직업이다. 불펜 그리고 타선 도움을 받는다. 과거 완투를 수시로 해대던 최동원 선동열 윤학길 김시진 같은 대 투수들이라도 타선 지원은 필수다. 0대1 완투패. 가장 쓰라린 패배다.
KIA는 시즌 초 불펜과 타선이 유독 최악이었다. 그만큼 선발도 괴로웠을 것이다. 기록(7일 현재)으로 살펴보자. KIA 투수진 평균자책점은 5.07로 8개구단 꼴찌. 하지만 선발진으로만 한정하면 4.23이다. 반면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6.40으로 껑충 뛴다. 선발진의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은 1.25로 SK, 두산에 이어 3위다. 아주 잘 한건 아니지만 중간급은 되는 성적. 하지만 기록은 4승7패에 불과하다. 불펜과 타선 지원이 넉넉치 못했다.
토종 듀오 윤석민(5G 1승, 2.02, WHIP 0.79) 서재응(5G 1승2패, 3.10, WHIP 1.24)으로 한정하면 빈곤한 지원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둘은 올시즌 각각 3차례의 퀄리티 스타트(QS)를 기록했다. 게다가 윤석민은 이 3번이 모두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를 규정한 퀄리티스타트+(QS+)에 해당한다. 하지만 서재응, 윤석민이 올린 승수는 각각 1승 뿐. 그나마 윤석민의 1승은 홀로 경기를 책임진 완투승이었다.
윤석민이 마운드에 있을 동안 타선이 뽑아준 점수는 총 12득점. 경기당 평균 2.4점, 9이닝 당 3점 꼴이다. 게다가 유독 엇박자를 냈다. 잘 던질 때는 점수를 덜 내고, 못 던질 때는 점수를 더 내 늘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했다. 그 와중에 불펜의 블론세이브는 2차례였다.
서재응 등판 당시 득점 지원은 총 13점. 경기당 평균 2.6득점, 9이닝 당 약 4득점 꼴이다. 불펜의 블론세이브는 1차례. 1승도 가까스로 챙겼다. 4월19일 목동 넥센전에서 7이닝 동안 1실점했는데 7회까지 1-1. 8회초 타선이 3점을 뽑아줘 3경기만에 간신히 시즌 첫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다음 등판이던 4월27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6⅔이닝 동안 2실점으로 호투했으나 타선은 단 한 점도 뽑아 주지 않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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