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투수 수난시대. 메이저리그도 예외는 아니다.
타격 기술 향상과 평균 능력치 상승에 따른 상·하위 타선의 평준화로 9회는 살얼음 판 리드를 지키는 팀들에게 두려운 순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LA다저스 영 클로저 하비 게라(27)가 보직을 박탈당했다. 8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전에 앞서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셋업맨) 켄리 젠슨이 하비 게라 대신 마무리 보직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게라의 보직 박탈은 최근 부쩍 불안정해진 피칭 탓이다. 게라는 최근 5경기에서 4이닝 동안 무려 6실점(평균 자책 13.50)을 했다. 지난 7일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볼넷-안타-적시 2루타를 내주며 올시즌 3번째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의 올시즌 14경기 성적은 12⅓이닝 1승3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5.84다.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이 1.70에 달한다. 박빙의 승부를 맡을 마무리 투수로 적합치 않은 수치다.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게라는 47경기에서 2승2패, 21세이브, 평균자책점 2.31(WHIP 1.18)을 기록하며 시즌 중 다저스 뒷문을 책임졌다. 일종의 2년차 슬럼프가 찾아온 모양새다.
매팅리 감독은 슬럼프 탈출을 위해 게라에게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ESPN 등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게라가 (마무리로 승격한) 젠슨이 맡던 8회 셋업맨 보직을 반드시 맡게되는 건 아니다. 잃었던 자신감을 찾게 해주기 위해 게임 흐름에 따라 보다 편한 상황에 투입할 예정"임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젠슨이 맡던 8회 셋업맨은 우완 조시 린드블럼이 맡을 공산이 커졌다. 빅리그 2년차 린드블럼은 올시즌 15경기에서 1승 5홀드, 평균자책 2.12(WHIP 1.00)을 기록하며 불펜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문제는 새로운 마무리 투수 켈리 젠슨(25)의 마무리 적응 여부다. 젠슨은 전도유망한 불펜 투수다.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150km(90마일 중·후반)를 훌쩍 넘는 파이어볼러. 뉴욕 양키스 마무리 리베라의 주무기인 빠르게 꺾이는 커터를 섞어 탈삼진 능력이 탁월하다. 메이저리그 최상급이다. 지난해 53⅔이닝 동안 96탈삼진으로 9이닝 당 16.09개의 탈삼진으로 메이저리그 기록을 세웠다. 올시즌 역시 평균 자책 2.70에 9이닝 당 평균 14.58개의 탈삼진 비율이라는 괴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일관성이 문제다. 제구가 가끔씩 불안하다. 연속 볼을 던져 벤치를 조마조마하게 한다. 아주 가끔씩 LG 리즈 처럼 느닷없이 영점 조준이 안될 때가 있다. 마무리 상황이 주는 압박감을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젠슨은 그동안 8회에는 철벽(평균자책점 0.70)이었지만 9회(5.59)에는 썩 좋지 않았다. 매팅리 감독 역시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모험이지만 게라의 부진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 매팅리는 "켈리 젠슨에게 9이닝은 다른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적응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저스는 안정된 마운드를 바탕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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