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공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갔다. 상대 골키퍼는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몸을 날렸다. 멍했다. 정적이 흘렀다. 키커의 발을 떠난 공은 한동안 공중에 떠 있었다. 골키퍼의 몸이 땅에 떨어지고 나서도 골문안에 들어가지 않았다. 강하게 차는 척 하면서 살짝 찍어차는 킥, 상대 골키퍼의 타이밍을 완전히 뺐는, 일명 '파넨카킥'이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킥으로 골을 넣은 주인공은 동료 바로 서울의 골게터 데얀(몬테네그로)이었다. 자신의 K-리그 100번째 골이었다. 173경기만에 100호골. K-리그 최소경기 100골 기록이었다.
데얀의 파넨카킥골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K-리그가 선호하는 외국인 선수의 모델이 기술과 체격 조건 뿐만 아니라 영리함까지 요구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예전 K-리그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스트라이커들이었다면 강하고 빠른 페널티킥이 주를 이루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기술이나 체격 조건, 스피드 등 한가지가 특출난 외국인 선수들을 선호했다.
라데와 샤샤가 대표적이다. 라데는 파괴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992년부터 1996년까지 5시즌동안 포항에서 뛴 라데는 골결정력과 드리블 돌파가 탁월했다. 147경기에 나서 55골-35도움을 기록했다. 라데와 같은 유고 출신 샤샤는 1995년 부산 대우에서 데뷔했다. 1m90, 84㎏의 체격조건을 자랑한 샤샤는 부산, 수원, 성남을 거치며 9시즌동안 271경기에서 뛰며 104골-37도움을 기록했다. 몸싸움 능력과 헤딩은 리그 최강이었다. 당시 수비수들은 샤샤와의 몸싸움에 혀를 내둘렀다.
둘 외에도 탁월한 한가지 능력을 앞세운 외국인 선수들은 꽤 오래 득세했다. 후에 한국으로 귀화한 마니치(한국명 마니산)은 스피드로 K-리그를 주름잡았다. 수원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브라질 출신 나드손도 있었다.
최근 K-리그가 데얀처럼 기술과 체격 조건에 '영리함'이 가미된 복합적 외국인 스트라이커를 선호하는 것은 K-리그 환경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근 K-리그는 템포와 밸런스를 강조한다. 수비진들 역시 강력한 대인 마킹 능력보다는 지역 방어를 기본 삼아 상대를 압박하고 있다. 스트라이커들이 상대 수비수들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데얀처럼 다양한 능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여기에 K-리그의 위상이 높아져 예전보다 더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 땅을 밟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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