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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프랑스, 계속되는 백년전쟁의 역사

by 신보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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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판 백년전쟁', 승자는 없었다. 지루하다는 혹평속에 1대1로 비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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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새벽, 전세계 축구팬들은 이 경기를 기다렸다. 잉글랜드-프랑스의 '유로2012' D조 예선, 관심이 엄청났다. 하지만 누구도 승리의 깃발을 올리지 못했다. 수비벽만 높인 잉글랜드, '아트사커'의 향기를 잃은 프랑스의 소득없는 공방전만 펼쳤다.

경기전, 언론은 떠들썩했다. 역사속의 '백년전쟁'을 언급했다. 1337년부터 1453년까지 무려 116년 동안 싸운 두 나라는 역사속의 앙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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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스포츠를 통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끝나지 않을 전쟁이다.

'축구판의 백년전쟁', 그 뜨거운 역사는 어떻게 흘러왔을까. 그리고 어디로 흘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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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앙금, 과연 남아있나

우선 궁금한 게 있다. 아직도 양 국민들 사이에 역사의 앙금이 있을까. 적어도 스포츠에서는 '기억'을 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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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에서의 '욕설'이 한가지 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프랑스 출신 선수들이 맹활약을 할 때 상대 서포터스들이 취하는 동작이 있다. 검지와 중지를 붙여서 들어올린다. 야유의 표시다.

이 손가락에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담겨있다. 백년전쟁 중 아쟁크루 전쟁 때다. 프랑스군은 승리하면 영국국 장궁병들의 검지와 중지를 잘라버리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활을 쏘지 못하게 하겠다는 뜻이다. 결과는 영국군의 승리였다. 그러자 영국군은 후퇴하는 프랑스군을 향해 멀쩡한 검지와 중지를 들어올려 약을 올렸다고 한다. 검지와 중지 야유의 유래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스트라이커였던 앙리가 아스널 시절, 이 '역사적인 야유'를 많이 받았다. 럭비에서는 앙금의 표출의 더욱 심하다. 결론적으로, 적어도 스포츠에서의 '백년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의 대세?

역사속 '백년전쟁'의 승자는 프랑스였다. 밀리던 프랑스는 잔다르크의 등장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축구의 역사도 비슷한 듯 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이번 맞대결까지 종합적으로 따지면 승자는 잉글랜드다, 16승5무8패로 앞서있다. 하지만 99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프랑스의 일방적인 우세다. 4승2무로 13년간 한번도 지지 않았다. 마치 잔다르크가 등장한 것 같다.

반전은 99년 2월11일 이뤄졌다. 당시 런던 웸블리 구장에서 양국의 친선경기가 펼쳐졌다. 결과는 프랑스의 2대0 승리였다. 니콜라 아넬카가 두골을 모두 넣었다. 프랑스가 영국에서 영국대표팀을 이긴 사상 최초의 '사건'이었다. 그것도 영국의 심장부에서 말이다.

그리고 2004년, 가장 기억에 남는 최고의 매치가 벌어진다. 유로2004 B조 예선, 양국이 만났다. 당시 프랑스에는 지네딘 지단, 잉글랜드에는 데이비드 베컴이 버티고 있었다. 여기에 앙리, 트레제게, 비에라(이상 프랑스) 오언, 루니, 제라드(이상 잉글랜드) 등 세계적 스타들이 또 한번의 전쟁을 준비했다. 언론도 '21세기판 백년전쟁'이라고 떠들었다.

결과는 프랑스의 2대1 승리였다. 선취점을 내준 프랑스는 두골을 터뜨린 지단의 활약에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번 대회 전, 가장 최근 경기는 2010년 11월 웸블리 구장에서 벌어졌다. 그 경기서도 프랑스는 카림 벤제마와 마띠유 발뷔에나의 골로 2대1로 이겼다.

잉글랜드로서는 82년 스페인월드컵이 그리울 뿐이다. 당시 잉글랜드는 경기 시작 27초만에 터진 브리앙 롭슨의 골을 시작으로 3대1 승리를 거뒀다. 한편, 유로대회에서는 프랑스가 2승3무로 앞서있다.

끝나지 않은 전쟁

12일 맞대결은 29번째 전쟁이었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돈바스 아레나는 경기 전부터 달아올랐다.

로이 호지슨 잉글랜드 감독은 징계로 결장하는 웨인 루니 대신 대니 웰백을 내세웠다. 프랑스는 벤제마와 프랑크 리베리 등 최정예 멤버로 나섰다.

선취골은 밀릴 것 같다던 잉글랜드가 터뜨렸다. 전반 30분, 졸리언 레스콧이 스티븐 제라드의 프리킥을 멋지게 머리로 처리했다.

하지만 환희는 오래가지 못했다. 전반 39분,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프랑스 나스리가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후반에는 프랑스의 일방적인 공세가 펼쳐졌다. 하지만 수비벽을 높게 쌓아올린 잉글랜드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단 한개의 유효슈팅이 잉글랜드의 전술을 그대로 말해줬다.

당연히 기대만큼 실망이 컸다. 하지만 백년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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