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카드였다.
김정우(전북)와 염기훈(경찰청), 오범석(수원)이 레바논전 베스트11에 호명됐다. 김정우는 김두현(경찰청)을 대신해 기성용(셀틱)과 더블 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염기훈은 왼쪽 날개로 자리를 잡았다. 오범석은 카타르전에 오른쪽 풀백으로 나섰던 최효진(상주)의 대체자로 나왔다. 김정우는 지난해 9월 6일 쿠웨이트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2차전 이후 9개월 만의 A매치 출전이었다. 염기훈과 오범석은 5월 31일 스페인과의 친선경기에서 한 차례 테스트를 받았으나, 카타르전에서는 부름을 받지 못했다. 카타르전에서 4대1 대승을 이끌었던 베스트11 중 세 명을 바꾼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의 결정은 파격적이었다. 기대반 우려반의 심정이 교차했다.
승부수는 적중했다. 세 선수는 자칫 수렁에 빠질 수도 있었던 경기의 흐름을 잡은 것 뿐만 아니라 승리에 밀알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정우는 전반 20분 기성용이 왼쪽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 통증으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교체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상대 공세에 안정적인 수비로 1차 저지선 역할을 소화했다. 공격시에는 중원에서 템포를 조절하면서 패스 공급원 역할을 했다. 문전 돌파도 틈틈이 시도하면서 밀집수비로 나선 레바논 수비진을 당황케 했다.
염기훈도 활짝 웃었다. 후반 3분 중원에서 문전으로 파고 들어가던 김보경(세레소 오사카)에 한 번에 패스를 찔러 주면서 추가골을 도왔다. 전반전에는 오른쪽 날개 김보경 뿐만 아니라 중앙에 선 이근호(울산)와 수시로 위치를 바꾸면서 레바논 수비진을 흔들었다. 전반 30분 김보경이 넣은 선제골도 염기훈이 이근호와 위치를 바꾸면서 틈을 벌려 찬스를 만들어 준 덕택이었다. 오범석은 오른쪽 풀백 자리에서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두다가 순간적으로 치고 올라가는 오버래핑으로 레바논의 측면을 공략했다. 레바논이 실점 후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면서 진가는 더욱 발휘됐다. 순간 역습 상황에서 특유의 공격 센스를 발휘하면서 지원군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공격포인트나 화려한 몸놀림은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제 몫을 하지 못했다면 한국 축구는 또 다시 레바논에 덜미를 잡혔을 지도 모른다. 세 선수 모두 레바논전 승리의 소리없는 영웅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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