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홍정호(23·제주)의 빈자리는 역시 컸다.
왼무릎 후방 십자인대 부상을 입은 홍정호는 28일 서울 백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올시즌은 더이상 뛸 수 없고, 내년 개막전 출전도 불투명하다. 홍정호는 지난 4월 29일 경남전에서 상대 수비수의 거친 태클에 부상을 입었다. 당시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과 왼쪽 정강이뼈 타박이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재활과정에서 왼무릎 후방 십자인대가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홍정호의 시즌아웃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은 물론 내년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리는 제주에게도 큰 타격을 안겼다.
홍정호 공백으로 인한 수비불안은 바로 나타났다. 제주는 13일 전북전에서 1대3으로 패했다. '원조' 닥공과 '방울뱀 축구'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지만, 제주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무너졌다. 박경훈 감독이 '완패'라고 깨끗이 인정할 정도였다. 오반석-박병주로 구성된 중앙수비는 경기 내내 허둥되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 공격수와의 몸싸움에서도 밀렸고, 뒷공간을 쉽게 내줬다. 스피드와 예측력이 뛰어난 홍정호의 부재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더 큰 문제는 불안한 수비 탓에 미드필드까지 흔들렸다는 점이다. 올시즌 제주의 강점 중 하나는 송진형-권순형으로 이루어진 중앙 미드필드진의 과감한 공격가담이다. 순간적으로 공격숫자를 5~6명으로 늘리는 제주의 공격축구는 올시즌 28골을 넣으며 초반 K-리그의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수비진이 흔들리자 공격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당연히 공격가담 속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3골이나 실점한 것 만큼이나 평소답지 않은 공격력을 보인 것도 아쉬웠다.
홍정호의 부상으로 제주의 시즌 구상에 차질이 빚어졌다. 박 감독은 "런던올림픽때 홍정호가 차출될 것을 대비해 대체자원에 대한 연구는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림픽 이후 다시 한번 상승세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시즌 아웃이 결정되니 엄청난 타격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홍정호가 우리 팀에서 보낸게 세시즌 째다. 첫 해는 팔 부상으로 경기를 제대로 뛰지 못했고, 지난해엔 승부조작 파문에 휩싸이며 마음고생을 겪었다. 올해는 완전히 물이 올랐는데 다쳤다"며 아쉬워했다.
일단 제주는 기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다. 박 감독은 여전히 오반석에 기대를 걸었다. 박 감독은 "최용수 감독을 오랜만에 봤는데 '오반석이 누구냐?'고 묻더라. 데얀을 완벽히 막았던게 인상적이라고 했다. 좋은 체격조건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만큼 오반석이 잘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반석 뿐 아니라 박병주, 한용수, 정성민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전술적 변화도 고려하고 있다. 공격적인 4-4-2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를 활용한 4-2-3-1 포메이션도 생각하고 있는 옵션 중 하나다. 박 감독은 "전북전에서 권용남을 투입하면서 전술 변화를 꾀했다. 경기력도 나쁘지 않았다. 6월부터는 더 다양한 실험을 해볼 생각이다"고 했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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