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캡틴' 요르고스 카라구니스(35·파나티나이코스)가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서 두 번의 눈물을 뿌렸다. 첫번째는 아쉬움과 슬픔의 눈물을, 두번째는 기쁨과 환희의 눈물이었다. 눈물따라 역적에서 영웅으로 탈바꿈했다.
첫번째 눈물은 유로 2012 개막전이 열린 10일이었다. 그리스는 폴란드와 1대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양 팀의 분위기는 달랐다. 홈팀 폴란드는 마치 승리한 듯 기뻐했다. 반면 그리스는 패배한 듯 침울했다. 그 중심에는 카라구니스가 있었다. 1-1로 맞선 후반 25분 그리스는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가 카라구니스. 하지만 골문 왼쪽으로 향한 킥은 폴란드 티탄 골키퍼의 손에 걸리고 말았다. 카라구니스는 말없이 고개만 떨구었다. 체코와의 2차전에서 그리스는 1대2로 졌다. 8강 진출에 실패한다면 희생양은 카라구니스였다.
17일 바르샤바 국립경기장. 카라구니스는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 출전했다. 그리스가 8강에 오르려면 승점 3점이 필요했다. 상대인 러시아는 1승1무로 A조 1위에 올라있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그리스는 열세였다.
하지만 카라구니스가 있었다. 전반 추가시간이었다. 그리스의 드로인을 상대 수비수가 걷어내려 하다가 실수를 범했다. 카라구니스는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볼을 잡아 문전앞으로 치고 들어갔다. 호쾌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이 경기의 유일한 골이었다. 1대0으로 승리한 그리스는 러시아와 1승1무1패(승점4)로 동률을 이루었다. 승자승 원칙에 의해 러시아를 제치고 조2위로 8강에 올랐다. 1차전의 역적 카라구니스가 8강행의 영웅이 됐다. 카라구니스는 후반 21분 교체아웃되면서 그리스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또 하나의 의미가 더 있다. 이날 경기는 카라구니스의 120번째 A매치였다. 그리스 통산 최다 A매치 출전 기록을 가지고 있는 테오도로스 자고라키스와 타이를 이루었다.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게 됐다.
하지만 카라구니스는 121번째 A매치 출전이라는 새 기록 작성을 뒤로 미뤄야한다. 자신이 직접 그리스의 8강행을 이끌었지만 정작 8강전에는 나설 수 없다. 체코전에 이어 이날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경고를 받았다. 경고 누적으로 8강전은 관중석에서 봐야만 하는 신세다. 카라구니스가 그리스 역사상 최다 A매치 기록을 다시 쓰려면 관중석에서 동료들이 4강행에 성공하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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