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3649일 전이다. 안정환의 머리를 떠난 볼이 이탈리아의 지안루이지 부폰 골키퍼의 손을 지나 그물을 출렁이는 순간 대한민국은 열광했다. 지금 생각해도 이탈리아전 2대1 승리는 기적같은 일이다. 10년이 지났지만 대전월드컵경기장은 '8강 진출의 성지'로 기억되고 있다.
17일 대전과 전남과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6라운드 경기가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의 추억으로 가득했다. 경기 전부터 전광판을 통해 당시 경기장면들이 나왔다. 대전은 대전시티즌 유소년클럽 어린이 중 2002년에 태어난 월드컵둥이 어린이들에게 에스코트키즈의 기회를 제공하고, 한-일월드컵 티켓 소지자와 당시 추억이 있는 빨간 옷 착용자, 대전시티즌 유니폼 착용자, 자주색 옷 착용자라면 이날 경기의 E/S석 관람권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경기가 더욱 뜻깊은 것은 당시 이탈리아전을 추억할 수 있는 3명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골든골의 주인공' 안정환이 K-리그 명예홍보대사자격으로 경기장을 찾았고, 연장까지 풀타임으로 뛰었던 유상철은 대전 감독으로, 코치였던 정해성은 전남 감독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안정환은 경기 시작 2시간전부터 대전 지역 축구 꿈나무들을 위한 유소년 클리닉을 진행했다. 찌는 듯한 날씨 속이었으나 그는 얼굴에 구김하나 없었다. 이 후에는 팬들과 함께 하는 사인회도 열었다. 안정환을 보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팬들이 진을 치고 기다려, 변치 않는 인기를 과시했다. 하프타임에는 직접 그라운드에 나서 팬들에게 인사를 건내고, 친필 사인볼을 전달했다. 안정환은 "대전월드컵경기장에 오니 다른 경기장보다 더욱 특별한 기분이 든다. 남들은 평생 경험할 수 없는 기억이지 않나. 시간이 지나수록 더욱 뜻깊다"고 했다.
이탈리아전서 중앙 미드필더, 중앙 수비수 등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며 팀승리에 견인차 역할을 한 유 감독은 "어제 같은데 벌써 10년이라니 신기하다. 강산이 변했더니 나도 감독이 돼 있더라"며 웃었다. 7월 5일 열리는 한-일월드컵 10주년 기념 올스타전에 대해서도 "하필이면 현역이랑 붙여서 망신을 줄려고 하나(웃음). 준비는 하고 있는데 무릎이 좋지 않아서 반게임도 힘들 것 같다. 그래도 함께 모여서 추억을 얘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뜻깊은 자리다"고 했다.
벤치에서 태극전사들을 이끌었던 정 감독도 "수많은 축구인들 중 내가 대표팀 벤치에 있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그 행운은 나에게 많은 것을 안겨줬다. 지금 전남 감독으로 이 자리에 있는 것도 그때가 준 선물이다"며 감격해 했다. 그는 "당시 머물렀던 대전의 한 숙박업소에서 한-일월드컵 멤버들에게 평생 공짜로 해주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유효한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대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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