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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군 투입 파격카드'에 성공한 정해성 감독

by 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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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게 골을 터뜨렸을 때라면, 감독은 의도된 변화의 카드가 일을 낼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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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성 감독 스스로도 경기 후 "내가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오늘 같은 경기는 더이상 기분을 말로 표현 못할꺼 같다"며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전남은 1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과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6라운드 경기에서 1대0 승리를 거뒀다. 정 감독의 말대로 승점 3점 이상의 승리였다.

경기 전 전남의 선발출전명단은 주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윤석영 안재준 이현승 김영욱 이종호 등 베스트 멤버를 대거 제외한 채, 류원우 이상호 정근희 정현윤 신영준 공영선 등 생소한 선수들이 전남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2군 선수들이었다. 유상철 대전 감독이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멤버를 구성하셨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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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감독은 "6월 일정이 살인적이다. 3일 뒤에 전북과 FA컵 16강전이 있고, 광주, 수원, 울산전이 연이어 있다. 주전들의 체력을 아껴야만 했다. 그리고 베스트로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다. 염려가 되기는 하지만 우리 선수들을 믿고 있다"며 "6월 선수 운용 계획은 미리 짜놓은 것이다. 대전전에 갑자기 들고 나온 것이 아니다. 유상철 대전 감독이 우리 명단을 보고 많이 놀랐을 것이다. 도박이라고 생각한다"며 파격실험의 이유를 설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사실 이런 경기는 내용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 어린 선수들인만큼 자신감을 심어주는데 결과보다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전남의 젊은 드래곤스들은 맹렬한 투지로 대전의 공격을 막아냈다. 개인기량도, 전술적으로도 대전에 밀렸지만, 이기고자 하는 투지만큼은 최고였다. 정 감독은 "그리스-러시아전을 봤는데 축구가 이럴 수 있다고 느꼈다"며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이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최선을 다해준 것이 큰 소득이다. 투혼을 발휘해줘서 고마웠다"고 감격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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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이운재의 백업' 류원우의 활약은 백미였다. 광양제철중과 광양제철고를 졸업하고 2009년 전남의 유니폼을 입은 류원우는 올시즌 한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경기 전 정 감독은 "사실 코치진도 이운재는 좀 말리더라.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 위주의 스쿼드인데 이운재라도 뒤에서 팀을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냐는 조언이었다"며 "그러나 이런 경기에 류원우를 실험하지 않는다면 어떤 경기에 투입할 수 있을까 자문했다. 이운재가 아무리 잘하고 있으나 세컨드 골키퍼의 실전테스트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말로 소신을 표현했다. 류원우는 페널티킥을 포함해 대전의 맹공을 막아내며 팀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정 감독은 "지금까지 유능한 선수가 이운재에 가려졌다. 한경기 뛰고 두번째 경기인데 준비는 착실히 해왔다. 앞으로 이운재와 이원체제로 충분히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자신감이나 페널티킥 선방이라던지 순발력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소득이다. 이운재를 긴장시킬 것 같다. 그동안 전남은 골키퍼는 이운재뿐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원체제로 갈 수 있는 걱정거리를 덜었다. 더 경험 쌓으면 역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원우의 신들린 방어속에 전남의 동료들도 사고를 쳤다. 내내 끌려가던 전남은 후반 36분 신영준의 프리킥 한 방으로 결승골을 뽑아내며 승리를 챙겼다. 새롭게 경험을 얻은 무명 선수들과 승부수를 던진 정 감독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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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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