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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호날두의, 호날두에 의한, 호날두를 위한 무대였다

by 김성원 기자
◇포르투갈이 호날두의 결승골로 체코를 1-0으로 물리치고 4강에 진출했다. 22일(한국시각)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서 포르투갈과 체코의 유로 2012 8강전이 열렸다. 경기가 끝나자 호날두가 관중석을 바라보며 환호하고 있다. 바르샤바(폴란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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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명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화려한 조명은 단 한 명만을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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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의, 호날두에 의한, 호날두를 위한 독무대였다. 관중석에 나란히 앉은 포르투갈의 살아있는 전설 에우제비우(70)와 루이스 피구(40)는 '호날두 쇼'를 바라보며 감격에 젖었다. 에우제비우는 1960년대 포르투갈 축구의 첫 번째 전성기를 이끈 별이다. 피구는 1990년대 '황금세대'의 얼굴이다. 세월의 환희를 만끽했다.

'죽음의 조'에서 생존한 포르투갈이 4강에 선착했다. 포르투갈은 22일(이하 한국시각) 폴란드 바르샤바국립경기장에서 벌어진 유로 2012 8강전에서 체코를 1대0으로 물리쳤다.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후반 34분 마침내 빗장이 풀렸다.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였다. 모티뉴가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렸다. 그는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힌 체코 수비수에 앞서 쇄도하며 헤딩으로 화답했다. 볼은 한 차례 바운드 된 후 상대 수문장 체흐를 넘어 골망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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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의 역사가 마침표를 찍었다. '메이저대회 저주'에 울고 또 울었다. 포르투갈은 유로 2008에서는 8강에서 멈췄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도 16강전에서 이별했다. 비난의 화살이 팀의 간판인 호날두에게 쏟아졌다. 야속했지만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지존을 놓고 다투는 아르헨티나 출신 라이벌 리오넬 메시(25·바르셀로나)와의 경쟁에서도 환희보다 눈물이 더 많았다. 발롱도르(올해의 선수)를 놓고 매년 경합했다. 주인공은 메시였다. 3년 연속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호날두는 체코전에서 설움을 깨끗이 씻었다. 왜 세계 최고인지를 온몸으로 시위했다. 여정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는 14일 덴마크와의 조별리그 2차전(3대2 승)에서 두 차례의 완벽한 기회를 허공으로 날리며 또 자존심을 구겼다. 역적으로 전락할 상황에서 동료들이 구해줬다. 3대2로 승리하며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반전이었다. 조별리그 최종전 네덜란드전에서 반전에 성공했다. 홀로 두 골을 터트리며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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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달았다. 어둠은 완전히 걷혔다. 그라운드를 쥐락펴락했다. 골 뿐이 아니었다. 그는 차원이 다른 축구를 펼쳤다. 스스로 운명을 개척했다. 체코 수비수 2~3명이 에워싸는 집중 견제는 그를 더 빛나게 할 뿐이었다.

컨디션이 절정이었다. 거침이 없었다. 호날두는 전반 24분 감각적인 중앙 침투에 이은 슈팅으로 첫 문을 열었다. 파울이 선언됐지만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하기엔 충분했다. 8분 뒤 그림같은 오버헤드킥을 선보인 그는 34분에는 예리한 프리킥으로 체흐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호날두는 골대를 두 차례나 때렸다. 전반 종료 직전 로빙패스를 받은 그는 가슴트래핑 후 수비수 카들레츠를 따돌리고 기습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체흐로선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볼은 골대를 맞고 흘러나와 땅을 쳤다. 후반 4분 전매특허인 무회전 프리킥도 골대를 스쳤다. 골대 불운은 해피엔딩을 위한 서곡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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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경기 연속골을 터트린 호날두는 27세의 여름에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그는 새 역사를 썼다. 유로 대회 사상 최초로 한 대회에서 30차례의 슈팅(수비벽에 막힌 슈팅 포함)을 터트렸다. 신기록은 진행형이다. 네덜란드전에서 기록한 11개의 슈팅은 한 경기 최다 슈팅 신기록이다. 이 뿐이 아니다. 유로 대회 본선에서 6호골(2004년·2골, 2008년·1골, 2012년·3골)을 작렬시키며 포르투갈 골역사도 재편했다. 최다골을 보유하고 누누 고메스(6골)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유럽을 통틀어 본선 최다골의 주인공은 프랑스 출신인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회장의 9골이다. 그 기록을 깰 날도 멀지 않았다. 그는 이번 대회 3골로 득점 공동 선두에도 이름을 올렸다.

"첫 번째 목표인 준결승 진출을 이뤄 행복하다. 지난 경기에서도 골대를 두 번 맞혔는데 오늘 또 그랬다. 중요한 것은 내가 골을 넣고 팀이 승리했다는 것이다.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4강전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팀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준비돼 있다." 호날두의 기쁨이었다.

포르투갈은 자국에서 열린 2004년 대회 이후 8년 만에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호날두가 그 길을 다시 열었다. 포르투갈은 4강전에서 28일 스페인-프랑스 승자와 만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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