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의 최종전 카타르전(2012년 3월 14일·0대0 무)과 시리아와의 평가전(2012년 6월 7일·3대1 한국 승)에는 K-리그 선수들이 주축이 됐다. 특히 시리아전의 경우 해외파 선수들이 거의 없었다. 이 당시 나를 포함한 대부분 K-리그 선수들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내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까.'
확신을 할 수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특히 본선 진출이 결정된 뒤 치르는 시리아와의 평가전에서는 다른 때와는 달리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라커룸에 흘렀다. 모두 집중력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겠다는 각오가 얼굴에 보였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을 훈련장이나 경기장에서 잘 보이려고 티를 낸 선수 역시 한 명도 없었다. 개인의 경쟁보다 '하나의 팀'이라는 더 높은 목표가 올림픽대표팀을 이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올림픽대표팀은 하나가 됐다. 그동안 겪어온 일들을 되돌아보면 우리가 왜 하나가 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몇 가지 비결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홍명보 감독님이다.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마음을 잘 끌어올리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계신 것 같다. 평소에는 다정하시다. 개그맨처럼 웃긴 유머를 툭툭 던지실때도 있다. 항상 개그의 타깃은 정해져 있다. 김태영 '샘(선생님)'이다. 시리아전을 앞두고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할 때 였다. 김태영 샘이 우리들에게 장난을 치면서 농담과 동시에 채근을 할 찰나였다. 그때 홍 감독님이 갑자기 한 마디 툭 던지셨다. "넌 현역 시절에 촌놈이었으면서." 순간 우리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김태영 샘의 희생(?)과 홍 감독님의 센스로 시리아전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던 우리들이 잠시나마 웃을 수 있던 순간이었다.
반면 경기를 앞두고는 냉정하시다. 특히 선발 멤버를 정할 때 더욱 그렇다. 20세 대표팀부터 지금까지 경기 하루 전날 선수들을 불러 모으셔서 항상 따로 미팅을 했다. 경기때마다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등 전술 얘기는 매번 달라진다. 하지만 한 가지 얘기만은 꼭 빼놓지 않고 하신다. "경기장에서 뛰는 11명은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 몫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다음날엔 베스트 11에 빠진 선수들에게 하나 하나 얘기 해주신다. 선수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인 듯 하다. 이를 비롯해 감독님이 평소 생각하셨던 진솔한 속마음 얘기를 꺼내시면 선수단은 모두 하나가 된 느낌을 받는다. "내 마음 속에는 칼이 있다.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칼을 아니라 너희들이 다칠 것 같으면 나 먼저 스스로 죽는 칼이다. 너희는 팀을 위해 뛰어라." 지난해 11월, 카타르 원정경기 2차전을 앞두고 하신 말씀이다. 아직도 생생히 머릿속에 남아 있다. 선수단이 다시 한 번 '팀'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선수들이 똘똘 뭉친데에는 (홍)정호형의 역할도 빼 놓을 수 없다. 주장으로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오만과의 5차전 원정경기를 하루 앞두고 미팅에서 정호형이 눈물을 보였다. 힘들어하던 정호형을 도와주지 못하고 주장이란 이유로 요구만 했던 우리들의 잘 못이 컸다. 정말 다른팀이나 소속팀이었음 하기 힘든 행동이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았다. 함께 가슴 속 얘기를 털어 놓고 다시 의기투합했다. 비록 정호형이 부상으로 올림픽에 못나가게 됐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이다. 정호형의 몫까지 뛰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 올림픽이 30일도 남지 않았다. 18명의 태극전사 역시 소집을 앞두고 있다. 이제 단 한가지만 생각해야 할 시기다. 청소년대표팀때부터 홍 감독님께서 우리 팀의 정신이라며 소개해주셨던 문구다. 'One for all, all for one(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
-전남 드래곤즈 수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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