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달라졌다. 꾸준히 중위권을 유지하면서도 좀처럼 '강팀'다운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했던 두산은 1일 잠실 롯데전을 이기면서 최근 4연승을 달렸다. 선두 삼성과는 불과 2게임차 뒤진 4위. 두산은 그동안 1위를 달렸던 롯데와의 주말 3연전을 싹쓸이하면서 선두 경쟁을 안개 정국으로 몰고 갔다. 페넌트레이스 반환점을 돌면서 두산이 선두권 경쟁의 주도권을 쥐게 된 셈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두산은 강팀에 강하고 약팀에 약한 '희한한'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또 시즌 시작부터 타선의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오면서도 팀 득점권 타율이 1위라는 것이다. 이러한 숨겨진 '진실들'이 두산을 떠받쳐 왔을지도 모른다.
강팀 킬러? 약팀의 노예?
2일 현재 1위 삼성과 7위 LG는 불과 4.5게임차다. 두산은 35승1무32패로 3위 SK에 반 게임차 뒤져 있고, 공동 5위 KIA와 넥센에는 1.5게임차 앞서 있다. 그런데 두산은 KIA까지 상위 4팀과의 상대 전적에서 모두 앞서 있는 반면, 넥센, LG, 한화에는 승률 5할 미만으로 뒤져 있다. 선두 삼성과는 11경기를 펼쳐 8승3패의 절대적인 우세를 보였다. 특히 두산 타자들은 삼성만 만나면 신바람을 내기 바빴다. 상대 팀타율이 가장 높은 팀이 삼성으로 2할9푼2리나 된다. 김진욱 감독이 시즌 이전부터 "부상만 조심한다면 우리가 삼성보다 뒤질게 없다"며 '타도 삼성'을 외쳤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선수들의 집중력만큼은 삼성전에서 최고조로 발휘됐다. 2위 롯데를 상대로도 열세를 면치 못하다 주말 3연전을 쓸어담으며 6승1무5패로 앞서게 됐다. 공교롭게도 팀타율 1위인 롯데를 상대로 활발한 공격력으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는게 주목할 사항이다. 3위 SK에는 7승4패를 기록중이다. 특히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5경기를 모두 이겼다. 최근 7연승을 달리며 공동 5위로 올라선 KIA와도 9차례 만나 6승3패의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반면, 하위권 3팀에게는 힘을 쓰지 못했다. 공동 5위 넥센에 4승5패, 7위 LG에 1승7패, 최하위 한화에 3승5패로 각각 열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LG를 상대로 시즌 첫 경기에서 승리한 뒤 내리 7경기를 패해 잠실 라이벌의 자존심이 크게 상처를 입었다. 두산에서는 "LG전에서만 5할 승률을 기록했어도 1위가 됐을 것"이라며 씁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득점권에서는 3할의 예술
이날 현재 두산의 팀타율은 2할6푼4리로 8개팀중 4위다. 팀홈런은 30개로 KIA(20개)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 팀출루율(0.328·7위), 팀장타율(0.356·7위) 등 공격 대부분의 항목에서 하위권에 처져 있다. 두산은 그동안 "마운드가 버텨줬기 때문에 밑으로 처지지 않았지, 방망이 실력은 신통치 못하다"는 평가를 들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득점권 타율만큼은 최고를 자랑한다. 이날까지 두산 타선은 주자가 2루 이상 있는 상황에서 3할(594타수 178안타)의 타율을 기록했다. 득점권 타율이 8개팀중 유일한 3할이다. 최근 4연승 기간 동안의 득점권 타율은 4할6푼2리(39타수 18안타)에 이르며, 이 기간 주자가 있을 때의 팀타율은 3할7푼7리였다. 집중력이란 측면에서 최근 부쩍 힘을 낸 셈이다. 공교롭게도 송재박 코치를 1군으로 불러올리면서 타선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1일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5회 9명의 타자가 나가 단타 5개와 볼넷 1개를 묶어 5득점한 것이 두산의 달라진 공격 색깔을 잘 보여주고 있다.
관건은 무더위 속 생명력
이제 무더위가 본격화되고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타자들은 컨디션 조절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게 된다. 두산의 경우 타자들이 이제 막 감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에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생명력은 보장할 수 없다. 꾸준히 3할을 유지하고 있는 김현수나 양의지도 7월이 고비가 될 수 있다. 고영민 이종욱 오재원 등 기동력을 이끄는 선수들도 출루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여름 무더위를 극복할 나름대로의 노하우는 가지고 있지만 좀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두산은 아직 완전한 전력이 아니다. 김동주 손시헌 임재철 정재훈 이재우 등이 빠져 있다. 이들의 컴백 시점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가능한 한 현재 분위기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철저한 컨디션 관리가 요구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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