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패스의 마법은 트라이앵글에 있다.
스페인 경기 장면을 잘 들여다보면 주는 사람, 받는 사람, 움직이는 사람 세명이 삼각형 형태를 이룬다. 이 삼각형이 계속해서 유지되는 것이 사람들의 탄성을 낳는 스페인식 패싱 게임의 비밀이다. 이 비밀을 알고 있다고 모두 스페인식 패싱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차비 에르난데스(32·바르셀로나)의 존재는 트라이앵글의 마법 그 이상이다.
2일(한국시각)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유로2012 결승전은 '세계 최고의 패스마스터'로 불리는 차비와 안드레아 피를로(유벤투스)간의 매치업으로 관심을 모았다. 결과는 차비의 완승이었다. 차비는 정교한 패스와 완벽한 경기조율로 스페인의 4대0 대승을 이끌었다.
차비는 스페인 축구 영광의 시대를 만든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예전만 못하다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특히 포르투갈과의 준결승에선 부진 끝에 후반 41분 페드로 로드리게스(바르셀로나)와 교체돼 벤치로 물러나는 수모까지 당했다. 계속된 강행군에 체력저하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차비는 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단단한 이탈리아의 수비벽은 차비의 패스 하나하나에 균열이 생겼다. 전반 14분 다비드 실바의 헤딩골은 차비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차비는 날카로운 스루패스로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침투를 만들었고, 파브레가스는 크로스로 실바의 헤딩골을 도왔다. 전반 41분에는 폭발적인 오버래핑을 하던 호르디 알바를 향해 기가막힌 스루패스로 두번째 득점을 만들어냈다. 후반 38분 페르난도 토레스의 골도 차비의 킬패스에서 완성됐다.
차비는 스페인 축구의 핵심이자 교본이다. 90%가 넘는 정확한 패싱성공률과 완벽한 경기조율능력을 과시한다. 특히 패스의 경우 ㎝를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정교함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일명 '카라콜레스'라고 불리는 360도 턴기술을 바탕으로 상대의 압박에서 자유롭게 벗어나며, 경기당 이동량이 14km에 육박할 정도로 왕성한 기동력을 자랑한다. 몸관리도 철저해 2005년 입은 부상을 제외하고 이렇다할 부상도 입지 않았다. 현대축구에서 중앙 미드필더가 갖춰야할 모든 것을 가졌다는 평이다. 11살때부터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합류한 차비는 '제2의 과르디올라'라는 찬사 속에 각급 대표팀을 거쳤다. 1998년 바르셀로나 1군에 올라간 차비는 줄곧 팀의 핵심을 담당하며 스페인 최고의 미드필더로 떠올랐다. 바르셀로나에서 보여준 활약은 대표팀에서도 이어졌다. 유로 2008에서 MVP를 차지했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팀의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유로2012에서도 팀의 핵심으로 활약하며 사상 첫 메이저대회 3연패와 유럽선수권대회 2연패의 대업을 달성했다.
스페인은 차비로 인해 빛나는 영광의 순간들을 만들 수 있었다. 호셉 과르디올라 전 바르셀로나 감독, 요한 크루이프 등 당대의 전설들도 차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화려하진 않지만 누구보다 빛났던 차비. 그는 축구사에 가장 위대한 미드필더로 기억될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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