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흘렀다. 그러나 강렬했던 기억은 그대로다.
김학범 감독(52)이 강원 지휘봉을 잡으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도력은 성남 시절 이미 검증을 받았다. 김 감독이 수석코치와 사령탑으로 성남에 몸을 담고 있던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성남은 네 차례 K-리그 정상에 올랐다. A대표팀 사령탑감으로 거론될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왜 김학범이었나?
김 감독은 김상호 전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경질된 직후 유력 후보로 떠올랐던 인물 중 하나다. 강릉농고(현 강릉중앙고) 출신으로 지역 출신 지도자를 세우겠다던 강원의 조건과 부합했다. 앞서 밝힌대로 지도력이 확실하게 검증된 지도자라는 믿음도 작용을 했다. 단기간에 팀 성적을 올려놓을 인물로 주목을 받았다. 국내 지도자로 선수들과 교감에 무리가 없는데다 이미 K-리그를 다년간 경험했던 만큼 적응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만한 여건을 갖고 있다. 강원 구단 측이 한 때 외국인 지도자 영입을 고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등권 탈출이라는 과제를 전면에 내세워 코칭스태프를 경질한 마당에 효과가 불투명한 외국인 지도자 영입을 밀어 붙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백지상태에서 열흘 남짓한 기간 내에 선임작업을 마쳐야 한다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었다. 지난해 허난 젠예(중국)에서 물러난 뒤 북중미-남미로 지도자 연수를 떠났던 김 감독은 강원 측의 제안을 받고 고심 끝에 결국 귀국길에 올랐다. 최근까지 코스타리카에 머물던 김 감독은 곧 귀국해 주말께 선수들과 상견례를 하고 본격적으로 팀을 이끌게 된다. 복귀전은 1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대전 시티즌과의 2012년 K-리그 20라운드가 될 전망이다.
성공 가능성 충분
그리 만만한 여건은 아니다. 성남 시절과는 큰 차이가 있다. 김 감독이 재임하던 시절 성남은 K-리그 올스타팀으로 불러도 좋을 만큼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풍부한 자금력과 명문의 자신감을 앞세워 K-리그를 제패해 나아갔다. 하지만 강원은 올 시즌 강등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옅은 선수층에 자금난까지 겪고 있다. 남종현 강원 대표이사가 여름 이적시장 선수 보강에 도움을 주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맨 손으로 모든 것을 일궈내야 할 처지다.
이럼에도 성공 가능성은 높다. 확고한 지도철학과 카리스마, 끊임없이 연구하는 학구열 등 많은 장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단 장악력은 최고로 꼽힌다. 성남 시절 '광양 지옥훈련'으로 꼽히는 단내나는 훈련으로 선수들을 조련했고, 시즌 중에도 이런 기조를 이어갔다. 4-2-3-1 포메이션에 기반한 공격축구가 기본적인 전술이지만,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형되는 팔색조 전술도 빼놓을 수 없다. K-리그에서 활약 중인 한 지도자는 "지금 강원 구단의 상황을 보면 김 감독이 최적임자다. 단기간 내에 팀을 수습하고 중심을 잡을 만하다"고 했다. 그는 "팀 스타일도 기존과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리그가 더욱 재미있어 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도민구단 한계도 뛰어 넘을까?
관건은 외부요인에 있다. 강원의 특수한 환경 때문이다. 전임 코칭스태프 경질 전에 벌어졌던 일련의 상황 때문이다. 남 대표이사가 라커룸에서 선수 및 전술 기용에 간섭을 하는 행위가 반복될 수 있다. 선수단과 불협화음을 냈던 구단 고위 임원들의 초반 기싸움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최문순 도지사와 이사회 등 산적한 변수가 많다. 김 감독이 가진 경험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김학범 감독의 지인은 "김 감독의 성향상 그런 문제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당면한 과제는 생존이다. 선수단 정비에 전력투구하면서 역량을 발휘하는 쪽을 택할 것이다. 외풍에 흔들리는 지도자가 아닌만큼 슬기롭게 대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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