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 더비'였다.
8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20라운드 성남 일화 -전남 드래곤즈전은 마치 상주 상무-경찰청전을 방불케 했다. 양팀 22명의 선수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머리를 짧게 깎았다. 한치 양보없는 90분 혈투를 벌였다. 양팀 모두 악몽같은 6월을 보냈다. 6월 성남은 1승1무4패, 전남은 1승4패다. 배수진을 쳤다. 10위 성남과 11위 전남의 승점 1점차 양보할 수 없는 맞대결이었다.
정해성 전남 감독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병원 신세까지 졌다. '부정맥' 판정을 받았다. 한일월드컵 기념 K-리그 올스타전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심기일전하며 머리까지 밀었다. '스승'의 결단에 제자들도 머리를 밀고 숙소로 들어왔다고 했다. 성남도 3일 훈련 소집 직전 전원 머리를 짧게 깎았다. 승리를 향한 결의를 불태웠다.
성남은 지난해 전남에서 뛰었던 레이나를 여름 이적 시장에서 영입하자마자 '친정전'에 선발 출격시키는 강수를 뒀다. 발을 맞춘 지 불과 5일만이었다. 전남에서 1년만에 꿈을접었던 레이나가 '친정' 전남전에서 사력을 다했다. 전남은 45일간 아껴뒀던 '브라질 비밀병기' 헤난으로 맞섰다.
후반 2분 최전방에 내세운 헤난의 선제골이 터졌다. 신영준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올린 왼발 크로스가 헤난의 머리에 스쳐맞으며 골망에 꽂혔다. K-리그 데뷔전, 짜릿한 데뷔골이었다. 갈길 바쁜 성남이 즉각 응사했다. 불과 3분 후 동점골이 터졌다. 시작점은 경기 직전 선수투표에 의해 부주장으로 선출된 풀백 박진포였다. 전반 34분 캡틴 김성환이 오른팔 부상으로 실려나가면서 주장 완장을 물려받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와 함께 오른쪽의 홍 철에게 자로 잰 듯한 패스를 건넸다. 홍 철이 아크 정면에서 왼발로 골망을 시원하게 흔들었다. 올시즌 마수걸이골로 그간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냈다. 양팀은 이후에도 일진일퇴의 공방을 이어갔다. 후반 35분 레이나가 적극적인 돌파로 아크정면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윤빛가람의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이 골문을 아슬아슬하게 비껴났다.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경기는 격해졌다. 후반 43분 성남 에벨톤과 전남 수비의 충돌 상황에서 성남쪽 볼을 선언하자 정 감독이 격렬하게 항의했다. 결국 퇴장을 명받았다. 종료 직전 후반 47분 박세영이 문전쇄도하며 날린 슈팅이 이운재의 손에 막혔다. 이겨야 사는 양팀은 결국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성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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