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셀틱)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이적에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문제는 '어느 팀 유니폼을 입을 것인가'이다.
당초 기성용은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행이 유력했다. 기성용은 박지성이 QPR행을 확정짓기 전까지 이적이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휴즈 감독이 박지성의 영입을 위해 방한했을 때 기성용을 만나 영입 가능성을 타진했을 정도다. 기성용의 에이전트사인 C2글로벌도 "QPR과 이적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시인했다. 토니 페르난데스 QPR 구단주도 "앞으로 몇명 더 사인을 남겨둔 선수들이 있다. 기성용은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선수다. 더 이상은 노코멘트"라고 한 뒤, "기다려라. 지켜봐달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기성용의 QPR행을 가로막는 장벽은 이적료였다. QPR은 박지성의 이적료로 500만파운드(약 88억원·보너스 계약 포함)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성용의 영입을 위해 이보다 더 큰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셀틱은 헐값에 기성용을 넘기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영국 언론은 기성용의 이적료로 700만 파운드(약 124억원)를 예상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대대적인 선수 영입을 예고한 QPR이라지만 아직 EPL에서 검증되지 않은 선수에 700만 파운드를 선뜻 지불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버풀이 뛰어들었다. 11일(한국시각) 영국 일간지 더선은 리버풀의 신임 브렌단 로저스 감독이 올 여름이적시장 영입리스트에 기성용의 이름을 꼭대기에 올려놨다고 보도했다. 더선에 따르면 리버풀은 셀틱이 원하는 700만 파운드를 지불할 수 있다고 했다. 패싱게임을 선호하는 로저스 감독은 중원에서 패싱력이 뛰어난 선수를 원하고 있으며, 기성용이 로저스 감독의 구미를 만족시킬만한 선수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리버풀의 가세로 기성용의 거취는 안갯속으로 빠졌다. 빅클럽이 주는 이름값 때문이다. 최근 빅4에서 제외되는 모양새지만, 리버풀은 EPL 최고 명문임에 틀림없다. 명성면에서 QPR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박지성은 2005년 여름 리버풀 이적을 고려하다 더 큰 맨유의 제안에 마음을 바꿨다. 지난 여름 프랑스 릴에서 아스널로 갑자기 선회한 박주영도 마찬가지다. 작은 클럽에서 뛴다면 주전경쟁에서 이득을 볼 수 있지만, 경력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빅클럽의 제안을 거부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기성용은 평소 리버풀과 주장 스티븐 제라드에 대한 동경을 숨기지 않았다.
리버풀의 상황도 기성용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붙박이 제라드와 루카스를 제외하고 찰리 아담, 조던 헨더슨 등은 기성용이 충분히 경쟁해볼만한 상대다.
현재로선 QPR행이 가까운 상황이다. 기성용으로서도 EPL에서 잔뼈가 굵은 박지성에게 가장 가까이서 적응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하기 어렵다. 페르난데스 구단주가 회장으로 있는 에어 아시아 관계자도 "기성용 이적 논의가 상당히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조만간 결정날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국인 듀오를 앞세워 아시아시장을 개척하려는 QPR이 리버풀의 가세로 더 큰 베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리버풀의 등장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확실하다. 패는 한개보다 두개일때 더 좋다. 모든 것은 기성용의 선택에 달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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