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강등은 되지 말아야 하는데..."
최근 K-리그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주로 하위권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푸념이다. 일부 팀들의 분위기는 걱정을 넘어 살벌하기까지 하다.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최하위로 떨어졌던 강원은 코칭스태프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 정도다. 리그 일정이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어지간히 신경이 쓰이는 모양새다.
K-리그 21라운드를 앞둔 순위표를 보면 이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는 이유를 조금 더 엿볼 수 있다. 어느 정도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선두권과 달리, 하위권은 말그대로 아귀다툼이다. 12위 강원FC(승점 20)부터 16위 상주 상무(승점 17)까지 5팀의 승점차는 불과 3 밖에 되지 않는다. 11일까지만 해도 꼴찌였던 강원은 대전 시티즌(승점 18·15위)에 3대0 승리를 거두면서 무려 네 계단을 뛰어 올랐다.
고개를 좀 더 들어도 승점차가 그리 크지 않다. 10위 성남 일화(승점 23)와 상주 간의 간격은 경기차로 따져보면 두 경기 밖에 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삐긋했다가는 순식간에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누구도 안심하기 힘들고, 포기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스플릿 시행 이후 전력투구를 하기도 쉽지 않다. 상위리그와 하위리그 모두 매 경기가 결승전이다. 비슷한 전력의 팀들끼리 모여 우승과 강등을 놓고 막장승부를 펼쳐야 한다. 정규리그에 비해 체력, 정신적 부담과 승패에 따라 엇갈리는 희비도 클 수밖에 없다. 우승권 경쟁보다는 생존이 걸린 강등권 경쟁에 이런 모습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한 하위권 구단 관계자는 "순위표를 볼 때마다 죽을 맛이다.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하위권 구단 관계자도 "2부로 강등으로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만 하면 눈앞이 캄캄하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선수단의 스트레스는 더하다. 선수들을 이끄는 감독들의 고충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한 감독의 말은 그들이 처한 현실을 대변해 준다. "팬들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재미있는 축구를 하고 싶다. 그런데 (승강제 도입이 결정된 뒤부터) 내용은 없고 결과만 남게 됐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알아주는 이는 없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과정이라는 말은 소용이 없다.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간 유럽 리그를 보면 시즌 중반 이후부터 강등팀의 면면을 살피는 모습이 반복됐다. 이제 K-리그에서도 이런 풍경이 더 이상 낮설지 않게 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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