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PR(퀸즈파크레인저스)에 입단한 박지성(31)이 팀 행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런던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 이후 박지성은 17일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열린 프리시즌 아시아투어 친선 경기에 선발 출전해 모습을 보였다. 18일엔 쿠알라룸푸르 LCCT 공항에서 열린 구단 행사에 선수단과 함께 나타났다.
QPR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에어 아시아가 QPR의 로고 등을 랩핑한 비행기를 선보였다. 이 자리에는 토니 페르난데스 QPR 구단주 겸 에어아시아 CEO와 마크 휴즈 QPR 감독, 박지성과 안톤 퍼디난드, 아델 타랍 등 주축 선수 11명이 참석했다.
선수들은 흰색 티쳐츠에 감색 반바지, 흰색 스타킹에 운동화를 착용했다. 머리엔 'Air Asia'가 새겨진 빨간색 모자를 썼다. 그런데 구단주, 감독 등 참석자 모두가 모자를 썼지만 유독 박지성만 이 모자를 쓰지 않았다. 행사장에 입장할때부터 끝까지 박지성은 손에 모자를 들고 있었을 뿐 착용하지 않았다.
구단 고위층이 있었음에도 박지성이 이 모자를 쓰지 않은 이유는 스폰서와의 계약 때문인 것으로 추측됐다. 박지성은 국내 항공사인 아시아나 항공과 내년 4월까지 홍보대사로 계약돼 있다. 계약 조건은 박지성 본인과 부모에게 아시아나항공이 취항하는 모든 노선의 일등석을 무상 제공하는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유에서 뛸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박지성이 QPR로 이적하면서 곤란한 상황이 됐다. QPR을 소유하고 있는 에어 아시아는 저가 항공사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브랜드다. 말레이시아에 본사가 있는 에어아시아는 에어아시아 재팬, 에어아시아 필리핀 등 자회사를 통해 한국~일본, 한국~필리핀 노선 취항을 계획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의 잠재적 경쟁사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박지성의 QPR 이적 소식을 접하면서 난처하게 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은 대승적 차원에서 계약 기간까지는 스폰서십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박지성도 보답 차원에서 에어 아시아 로고가 박힌 모자를 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QPR과 에어 아시아도 이 부분에 대해 이해를 하고 양해를 해 준 듯하다. 구단주인 페르난데스 회장은 행사내내 박지성이 모자를 착용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개의치 않았다.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최나연(25·SK텔레콤)도 스폰서와의 계약 부분을 원만하게 처리했다. 최나연은 US여자오픈에 앞서 던롭스포츠와 클럽 사용 계약을 했다. 실제로 US여자오픈에선 상의에 던롭스포츠 제품인 스릭슨 로고가 붙었다. 하지만 사용했던 클럽은 타사 제품이었다. 처음엔 던롭 제품으로 우승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곧바로 수정됐다. 거액을 들여 계약한 던롭스포츠 입장에선 기분이 상할 일이었다. 그러나 던롭스포츠는 "최나연 선수가 던롭 클럽에 익숙해질때까지는 본인이 원하는 클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선수에 대한 무한 배려를 보였다. 최나연 역시 던롭스포츠의 이 같은 배려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실제로 스포츠 스타들은 스폰서와 계약을 할 때 여러가지 부분을 체크한다. 위약 부분이 있을땐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박지성과 아시아나항공, 에어 아시아는 아름다운 동행을 하면서 큰 잡음을 내지 않았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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