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리그는 그 어느때보다 '기업구단 vs 시도민구단' 대립구도가 심하다. 스플릿 시스템과 강등제가 도입되면서 시도민구단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시도민구단의 재정은 열악하다. 선수도 많지 않다. 44라운드에 이르는 장기 레이스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시도민구단들은 시즌 시작 전 강등제도가 기업구단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며 극렬하게 항의했다. 그 결과 4개였던 강등팀은 2개로 줄었다. 시도민구단 입장에서는 한 숨 돌렸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시즌 전 예상대로 시도민구단들은 하위권으로 처졌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시도민구단은 기업구단보다 한 수 아래다. 다만 예외가 있다. 대구FC다.
대구는 22라운드까지 8승8무6패로 시도민구단 가운데 가장 성적이 좋다. 시즌 시작 후 줄곧 상위 스플릿 커트라인인 8위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기업구단에 강하다. 대구가 올 시즌 거둔 8승 가운데 6승이 기업구단을 상대로 거두었다. 이런 대구를 두고 '기업구단 잡는 의적'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원동력은 '삼위일체'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여기에 팬들까지 똘똘 뭉쳤다. 대구 선수들 대부분 기업구단에서 버림받은 아픔이 있다. 부푼 가슴을 안고 기업구단에 입단했지만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대구로 왔다. 이진호와 송제헌이 대표적이다. 이진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에서 대구로 둥지를 옮겼다. 김신욱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송제헌 역시 포항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기회를 잡지 못했고 대구로 왔다. 올 시즌 8골을 기록하면서 대구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모아시르 감독은 선수들의 경쟁의식을 끌어내고 있다. 모아시르 감독은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선발로 세운다. 브라질 출신 외국인 선수들도 예외가 아니다. 같은 선상에 놓고 경쟁을 시킨 뒤 선발 출전 여부를 결정한다. 대구 관계자는 "모아시르 감독의 공평한 잣대가 선수들의 경쟁 의식을 부추기면서 팀 경기력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팬들도 팀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대구 서포터들은 한 때 구단과 불편한 관계였다. 2009년 팀이 최하위를 기록하자 서포터들은 당시 팀을 맡고 있던 변병주 감독의 퇴진을 요구했다. 2010년에는 경기중 박종선 전 단장의 퇴진을 요구하다 구단 프런트와 충돌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 어느때보다 구단 돕기에 앞장이다. 경기 중에도 대구 스타디움에서는 언제나 응원소리로 가득하다.
깜찍한 이벤트도 있다. 대구 여성서포터 모임인 '예그리나'는 경기 전 라커룸 꾸미기를 통해 응원에 나섰다. 1탄은 지난달 24일 부산과의 홈경기였다. 예그리나는 라커룸에 응원 문구, 캐릭터 보드, 사진 등을 부착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덕택에 대구는 부산에 2대1로 승리했다. 21일 수원전을 앞두고도 대구의 라커룸은 업그레이드됐다. 선수들의 행동강령까지 붙여놓으며 웃음을 유발했다.
선수단, 코칭스태프, 팬들로 이어지는 '삼위일체' 덕택에 대구는 강호 수원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비록 경기는 0대0 무승부로 끝났지만 대구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같은 경기력만 유지한다면 그 어느 팀과 붙어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반면 수원은 4경기 연속 무득점을 기록하게 됐다. 최근 4경기 1무3패로 큰 위기를 맞게 됐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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