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이 전화로 '미쳤냐'고 하던데요."
'레인메이커' 서동현의 7월 활약이 무섭다. 12일 울산전, 15일 대전전에서 각각 한골씩 넣으며 발끝을 예열한 서동현은 21일 전남과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22라운드 경기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도움 2개까지 포함하면 한경기서 무려 5개의 공격포인트를 달성했다. 서동현은 22일 스포츠조선과의 통화해서 "너무 기분 좋다. 주변 사람들도 전화로 많이 축하해줬다"며 웃었다.
서동현에게 의미있는 해트트릭이다. 프로 데뷔 첫 해트트릭임과 동시에 자신의 부활을 만천하에 알렸기 때문이다. 서동현은 '축구천재'로 불렸다. 2008년 조커로 기용돼 13골-2도움을 기록하며 수원 삼성의 우승을 이끌었다. 맹활약에 대표팀 유니폼도 입었다. 그의 등장은 곧 승리를 의미했다. 거칠 것이 없이 전진할 것처럼 보였던 그의 축구인생은 바로 추락을 맞이했다. 2008년 이후 갑작스레 부진이 찾아왔다. 2009년에는 한골도 기록하지 못하고 강원FC로 트레이드됐다. 강원에서도 부진은 이어졌다. 절치부심한 고향팀에서의 부진에 '축구를 그만둘까'하는 생각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0월 성남전에서 수비수에 걸려 넘어지며 쇄골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축구천재'의 부활은 요원해 보였다.
제주 이적은 그에게 축복이었다. 스스로 "뭘해도 안됐었는데, 트레이드가 정답이었다. 제주에 온 후 꼬인 실타래가 풀리는 기분이다"고 할 정도다. 결혼도 했고, 예쁜 딸도 낳았다. 박경훈 감독의 세심한 배려속에 조금씩 골감각도 회복해 나갔다. 축구만 할 수 있는 제주도 환경과 공격적인 팀 컬러도 마음에 들었다. 제주서도 조커로 활약하던 서동현은 '포지션 라이벌' 호벨치의 퇴출로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7월에만 3경기서 5골을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박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서동현은 "요즘 축구가 다시 재밌다. 주변 동료들과의 호흡도 잘 맞고 즐겁게 축구하고 있는게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호벨치의 대체자로 다른 외국인 선수가 온다해도 포기하지 않고 경쟁할 것이라고 의욕을 불태웠다.
서동현의 해트트릭이 의미있는 이유는 또 있다. 4일 뒤가 딸 서윤이의 100일이기 때문이다. 서동현은 딸바보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면 '우리 사랑하는 딸, 아빠가 뭐 해줄까'라는 가사의 '딸 바보 송'이 흘러나온다. 서윤이는 서동현의 복덩이다. 그가 다시 마음을 잡고 더 열심히 뛰게 된 가장 결정적 계기이기도 하다. 태어났을때 골선물을 해주고 싶었지만, 100일에 몰아서 다 해줬다. 서동현은 "함께 살지 않아서 너무 보고 싶다. 하루가 다르게 크는 모습이 보인다.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뛰고 있다"고 했다.
"수원 시절을 넘어 더 높은 곳에 올라서봐야죠."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잊혀진 축구천재' 서동현의 다짐이다. 그의 부활에 제주도 다시 한번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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