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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최선도 최악도 아니었던 멕시코전 다시보기

by 김준석 기자
대한민국이 26일 오후 영국 뉴캐슬 세인트제임스파크 스타디움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B조 1차전을 펼쳤다. 멕시코와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박주영이 후반 교체되어 나가고 있다.20120726뉴캐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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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분위기를 주도했음을 감안하면 승점 3점을 가져왔어야 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위기도 있었음을 고려한다면 승점 1점도 나쁘지 않다. 최선의 결과도 아니었지만 최악의 결과도 아니었다. 이제 막 예선 세 경기 중 첫 번째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지금 중요한 건 전열을 가다듬어 남은 두 경기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일, 멕시코전에서의 홍명보호를 돌아보며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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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조심스러웠다. 몇 년간의 예선을 거듭해 드디어 서게 된 무대였으니 두 팀 모두 오죽했을까. 멕시코는 아예 라인을 내려 수비 전형을 갖춘 상태에서 역습을 노렸다. 이를 무리하게 뚫고 나갈 수 없었던 홍명보호도 측면 오버래핑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전체적인 팀 무게 중심을 평소보다 아래로 내렸다. 초반 점유율은 홍명보호가 앞서나갔지만, 적극적인 전진 패스보다는 본인들의 진영에서 돌리는 패스가 많아 큰 의미는 없었다. 그 와중에 선수들의 다소 경직된 모습이 보이곤 했는데, 몸이 굳으니 패스를 받기도 힘들고 볼 키핑도 마음대로 안 되며 숨도 늦게 터져 고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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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잡고 있던 볼 점유율을 내주지 않고, 슬슬 공격으로 전환하는 완성도를 높여간 점은 고무적이었다. 남태희의 중거리 슛과 박주영의 프리킥으로 뚜렷한 공격 형태를 나타내기 시작하더니 윤석영과 김창수도 슬그머니 멕시코 진영으로 넘어와 공격에 가담하는 빈도를 높여갔다. 또, 볼을 받기 위한 전방 공격수들의 움직임도 점점 더 활발해졌다. 공격 작업이 끊겼을 때의 대응도 괜찮았다. 중거리 슈팅으로 마무리를 하거나, 앞 선에서 적극적으로 버텨주며 시간을 지연했다. 그 결과 멕시코의 결정적인 슈팅은 전반 40분경에 두 차례 정도 나온 것이 전부였다.

선제골을 내줄 경우 4년을 기다린 올림픽의 꿈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었으니, 두 팀 모두 대체로 엉덩이를 뒤로 뺀 채 펀치를 날리기보다는 펀치를 막아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분위기를 잡아가곤 있었는데 결정적 한 방도 함께 잡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나쁘지 않은 45분이었다. 이젠 어느 팀이 먼저 스퍼트를 끌어올리느냐, 그 과정에서 어느 팀이 먼저 선제골을 차지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선제 득점에 대한 욕심은 굴뚝같은데 겉으로는 수줍은 척, 겉과 속이 다른 엉큼한 탐색전은 전반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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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먼저 홍명보호의 공격 형태가 여러 패턴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성용-박종우 라인에서 한 두 번의 패스를 간결하게 주고받은 뒤 빈 공간을 단번에 찌르는 패스가 인상적이었으며, 전방 압박을 통해 볼을 가로채 바로 공격으로 이어나가는 장면도 박수를 받을 만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김보경과 기성용의 속 시원한 중거리 슈팅도 좋았고, 후방에서 김영권이 길게 넘겨준 볼을 박주영이 헤딩으로 떨어뜨린 뒤 구자철이 시도한 슈팅도 좋았다. 여러 공격 형태 중 가장 활발했던 오른쪽 측면 공략도 빼놓을 수 없다. 남태희, 김보경, 김창수 등이 원투패스 등을 통해 만들어낸 찬스는 멕시코를 흔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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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대했던 골이 터지지 않자, 홍명보 감독은 후반 30분 교체를 준비했다. 백성동이 중계 화면에 비쳤는데 교체 아웃되는 선수는 등번호 10번의 박주영, 다소 의외였다. 그동안 정통 공격수 1명 이상을 두고 공격진을 꾸렸던 홍명보호가 실전 무대에서는 다소 변칙적인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아마 원톱 위치에서 공중볼을 연결하는 정도에 그쳤던 박주영의 고립을 타개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가 싶었다. 슛팅이 막히고 빗나가는 걸 떠나 슛팅 연결 자체가 적은 게 문제였다. 더 많은 패스를 통해 슈팅 기회를 만들어가고 구자철, 김보경, 남태희 같은 선수들의 득점력에 기대를 걸어보는, 최근 유행한 '제로톱'과 같은 맥락의 형태였다. 하지만 공격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골, 구자철의 헤딩을 비롯해 결정적인 장면은 몇 차례 나왔지만 기대했던 골은 나오지 않았다.

1.5선까지의 전진은 훌륭한데 골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마지막 한 두 번의 결정적인 패스가 기대만큼 나오질 못했다는 것이 첫 번째 아쉬움이요, 흐름이 강하게 존재하는 축구에서 거세게 몰아붙일 때 득점에 성공하지 못해 멕시코의 기를 살려주었다는 점이 두 번째 아쉬움이었다. 때리기 시작했다는 건 맞을 확률도 커진다는 소리, 홍명보호가 때리자 멕시코도 맞받아치곤 했다. 홍명보호가 공격을 진행하던 중 드리블이 길거나 패스가 차단되면 재빠르게 5~6명 정도가 하프라인을 넘어와 공격에 적극 시도하곤 했다. 그럴 경우 남아 있는 김영권-황석호 라인과 기성용-박종우, 그리고 오버래핑을 나간 좌우 측면 수비가 부랴부랴 수비로 전환하며 아찔한 순간을 지켜봐야 할 때도 있었다. 후반 47분에는 지동원의 드리블이 끊기면서 시작된 멕시코의 역습에 골포스트를 얻어맞는 가슴 철렁한 장면도 있었다. 골 넣으려다 골 먹을 뻔했던 것이 후반 막판의 흐름이었다.

홍명보호의 첫 무대가 기회와 위기 속에서 0-0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스위스와 가봉도 1-1 무승부를 기록해 B조는 대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그동안 굵직한 대회들을 치르며 얻은 홍명보호의 경험이 이제는 빛을 발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최선도, 최악도 아니니 흔들릴 필요도 없다. 그저 철저한 준비 기간을 거쳐 30일 새벽에 있을 두 번째 무대에선 꼭 승리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길 바란다.<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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