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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36년 만에 메달 도전하는 女배구의 비포장도로

by 김진회 기자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24일 런던 크라포드 유로파 스포츠센터에서 김형실 감독이 지시를 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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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아니다. 우리들의 좋은 추억, 보람, 명예와 영광을 위해 우리 한번 해보자.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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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실 여자배구대표팀 감독(61)이 런던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건넨 말이다. 선수들의 마음은 이미 김 감독과 통해 있었다. 선수들은 힘찬 목소리로 일제히 "네~"라고 외쳤다.

김 감독은 이렇게라도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동메달) 이후 36년 만에 메달에 도전한다. 8년 만에 성공한 본선 진출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김 감독은 지난해 월드 그랑프리부터 월드컵, 세계예선전까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직접 관리했다. 해박한 세계 배구계 흐름을 파악한 뒤 세밀한 전략을 구사해 세계 정상급 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때 다져진 것이 김 감독과 선수들 사이의 끈끈한 믿음이다. 지난 5월 런던올림픽 본선 출전 티켓이 걸려있던 세계예선전에서 그 믿음의 효과를 봤다. 일본, 태국, 페루 등을 꺾고 자력으로 런던행 티켓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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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순간도 잠시, 고민은 다시 시작됐다. 한국이 '죽음의 조'에 편성되고 말았다. 세계랭킹 1위 미국을 비롯해 2위 브라질, 3위 중국, 7위 세르비아, 8위 터키까지 모두 상대하기 버거운 팀들과 한 조에 포함됐다. 때문에 김 감독은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전력을 강인한 정신력으로 만회해 보려고 한다.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하루씩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체력에는 문제가 없다. 한 경기, 한 경기 전력투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강팀들이지만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이어 김 감독은 "자긍심과 자신감이 충만해 메달 획득의 좋은 기회다. 지난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후회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이 강조하는 첫째도, 둘째도 '할 수 있다'라는 마인드다. 이 자신감 하나로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어느 팀이 강팀이고, 어느 팀이 약팀이라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었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잡초처럼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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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는 '한국 여자배구의 대들보' 김연경(23)의 마음이다. 런던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해외 팀 잔류를 놓고 소속팀 흥국생명과 마찰을 빚어 마음고생이 심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김연경의 시름도 깊어졌다. 옆에서 어깨를 다독여주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김 감독은 안쓰러운 마음 뿐이다. 김연경이 살아나지 않으면 승리를 바라볼 수 없기에 아직도 김연경의 심리적 안정에 힘을 쏟고 있다. 김연경도 주위의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자신때문에 팀이 손해를 보면 안된다며 더 열심히 훈련한다. 그러나 심리적인 여파는 아직 남아있다. 스파이크에 힘이 실리는 정도가 약해졌다는 김 감독의 평가다.

우선 세계 최강 미국의 벽은 넘지 못했다. 김연경이 양팀 통틀어 최다인 29득점을 폭발시켰지만, 조직력에서 밀렸다. 한국은 30일 오후 7시 30분(한국시각) 세르비아와 런던올림픽 예선 2차전을 벌인다. 강한 서브와 스피드 배구로 세르비아를 넘겠다는 김 감독이다. 36년 만에 메달 획득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배구의 길은 고운 비단길이 아니다. 비포장도로에서 신화를 창조해야 할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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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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