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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의 스위스전 승리, 키워드로 살펴보자.

by 이지현 기자
29일(현지시간) 오후 시티 오브 코벤트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축구 B조 예선 2차전 스위스와 경기에서 후반전 김보경이 한국의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후 동료들과 감독에게 달려가고 있다.20120729. 코벤트리=올림픽사진기자단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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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멕시코전은 말 그대로 최선도, 최악도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경기를 잘 풀어나갔으나, 실점을 허용할 결정적인 위기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동안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는 하나 멕시코라는 팀의 클래스를 무시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스위스전만큼은 무조건 이기고 볼 일이었다. 1승 1무 1패를 기록하고 다음 라운드 진출이 무산됐던 4년 전 베이징에서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면 더더욱 승리가 필요했다. 일단은 기분 좋게 승점 3점을 추가하며 가봉전에 대한 부담을 줄인 홍명보호, 키워드를 꼽아 스위스전 승리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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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홍명보호의 공격 형태 - 스위스 공략을 위한 전체적인 그림?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었다. 박주영, 김보경-구자철-남태희가 스위칭을 하고, 윤석영, 김창수가 적극 오버래핑하며, 기회가 될 때마다 기성용이 중거리 슛팅을 날려주는 형태였다. 다만, 스위스의 제공권을 감안하면 공중볼에 의한 전개는 힘들었을 테고, 낮은 패스에 활발한 움직임을 가미한 공격 루트가 필요해 보였다. 이를테면 모세의 기적 마냥 수비수 사이를 가르는 구자철의 쓰루패스와 박주영의 쇄도 같은 장면 말이다.

하지만 전반전엔 만족스러울 정도의 공격 전개를 보여주지 못했다. 측면의 김보경, 남태희가 중앙으로 들어와 패스 루트를 형성해줘야 했는데 계속 상대 수비들에 의해 바깥으로 밀려난 탓에 상대 진영에서 충분한 공격 숫자를 가져가지 못한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싶다. 또, 엄청난 기대를 모았던 윤석영의 좌측도 멕시코전에 이어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아마 왼쪽 측면이 홍명보호의 강점이란 걸 파악한 상대팀이 이에 대해 상당한 준비를 하고 나온 듯했다. 걸핏하면 흐름을 잡고도 무득점에 그쳤던 멕시코전의 결과가 반복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이런 우려는 두 선수의 발끝에 의해 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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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살아난 발끝, 박주영과 김보경 - 병역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주영에게 자비란 없었다. 뉴질랜드전, 세네갈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터뜨렸지만, 멕시코전에서는 기억에 남는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그러자, 적잖은 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향해 비난의 활시위를 당겼다. 이번 스위스전에서도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를 안고 갔던 홍명보 감독까지 후폭풍에 시달릴 상황이었는데, 때마침 남태희의 크로스를 골로 연결하며 부담을 조금이나마 털어냈다. 교체 투입된 지동원은 퍼스트 터치나 쇄도하는 장면에서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음을 노출했고 다른 유형의 공격수 김현성은 발목이 좋지 않아 고생이었으니, 결국엔 박주영이 살아야 홍명보호도 살아날 수 있었다.

어쩌면 박주영 이상으로 기대를 받았던 선수가 김보경 아니었을까. '박지성이 직접 꼽은 본인의 후계자'로 잘 알려진 이 선수는 지난 6월에 있었던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골 폭풍을 몰아치며 단숨에 기대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지난 멕시코전을 비롯해 최근 그가 보여준 모습엔 파괴력이 결여돼 있었다. 패스를 통한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나, 가끔씩 날리는 중거리 슛팅도 임펙트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그랬던 그가 측면으로 빠진 구자철의 크로스가 수비를 맞고 떠오르자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스위스전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살아난 두 선수의 발끝에 스위스는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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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9일(현지시간) 영국 코벤트리 시티오브코벤트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하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20120729 코벤트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d

3. 공격형 미드필더 구자철 - 쏟아져 나오는 각종 기사의 헤드라인은 박주영과 김보경이 챙겼지만, 실상 재주는 구자철이 다 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이 선수를 와일드카드 김정우와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에 포진시킨 바 있는데, 이번엔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하며 그 활용법을 달리했다. 그동안 홍명보호의 4-2-3-1에서 3의 중간에 뛴 선수로는 김보경, 백성동, 지동원이 있었지만, 중원에서 폭넓은 활동량을 가져가고 전방에서부터 수비에 적극 가담해주는 데엔 구자철만 한 카드가 없었을 것이다. 구자철을 수비형 미드필더로만 쓰기엔 공격-수비적인 재능을 모두 겸비한 그의 능력이 반쪽이 될 우려가 있었는데, 이러한 문제를 홍명보 감독이 적절하게 풀어내지 않았나 싶다.

4. 압박, 압박, 그리고 압박 - 스위스의 숨을 틀어막은 압박도 빼놓을 수 없는 승리의 키워드다. 기성용-박종우 라인은 팀의 무게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공수 양면의 균형이 잘 맞춰나갔다. 그들의 진가는 공격도 공격이었지만, 수비적인 부분에서 제대로 발휘됐다는 생각이다. 스위스가 홍명보호의 1~1.5선을 통과한다고 해도 수비형 미드필드 라인에서 이 두 선수가 시간을 지연해주었고, 그러면 전방의 선수들이 내려와 샌드위치처럼 스위스 공격진을 꾹꾹 눌러주었다. 수비 시에 블록을 형성해 사방에서 견제를 가했고, 여기에 전략적인 파울까지 더해지자 압박의 완성도는 절정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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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중앙 수비가 남긴 아쉬움 - 홍정호가 쓰러졌다. 플랜 A가 무산이 됐다. 장현수도 쓰러졌다. 플랜 B도 무산이 됐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홍명보 감독은 황석호를 김영권의 파트너로 삼아 평가전과 본선 두 경기를 소화하게 했다. 아쉬움은 김영권-황석호 라인이 찰떡 궁합을 보여주기 위한 준비 기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 동점골을 내주는 과정에서도 두 선수가 상대 선수 한 명을 상대하는 상황이었고, 크로스의 궤적도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다. 꼭 헤딩을 따내진 못하더라도 함께 점프해 정확한 타점을 방해해주기만 하면 됐는데 호흡 면에서 그게 잘 안 됐다. 그 외 스위스가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공격을 진행해나갈 때도 공간을 배분하고 서로를 커버하는 플레이가 나오질 못했다. 최상의 카드가 아니란 점은 감안해야 하지만 조금만 더 보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첫 번재 경기에서 네 팀 모두가 무승부를 기록하며 대혼전을 예고했던 B조는 두 번째 경기에서 어느 정도 교통 정리가 되었다. 1위 멕시코 승점 4점 1승 1무 2골 0실 +2 / 2위 한국 승점 4점 1승 1무 2골 1실 +1 / 3위 스위스 승점 1점 1무 1패 2골 3실 -1 / 4위 가봉 승점 1점 1무 1패 1골 3실 -2다. 마지막 경기에서 가봉을 상대로 승점 1점만 추가하면 자력으로 다음 라운드를 밟을 수 있지만 만에 하나 패했을 경우엔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지느라 피곤해진다. 이말은 곧, 아직은 축배를 터드릴 때가 아닌란 것이다. 가봉전도 기대해본다. 메달을 향한 '의지'로 중무장된 홍명보호의 모습을 보고 싶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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