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결론난 마당에 제가 더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성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은 씁쓸하게 돌아섰다. 2일 새벽(한국시각) 런던 웸블리아레나에서 펼쳐진 16강전에서 손완호가 덴마크의 피터 제이드에게 0대2로 패한 직후 심란한 표정으로 관중석을 떠났다. "할 말 없습니다. 이제 남은 경기 분위기 잘 추스러서 마무리 잘해야죠." 집요한 질문에 딱 한마디를 남겼다. "세계랭킹 1위(중국)가 그러고 나오는 데 어떡합니까." 현장의 한 관계자 역시 "중국의 농간에 놀아났다"고 개탄했다.
부끄러운 셔틀콕 스캔들의 시작은 지난달 31일 여자복식 조별리그 A조 최종전이었다. 세계랭킹 1위 중국의 왕샤올리-위양 조는 한국의 정경은-김하나 조를 맞아 성의없는 플레이로 일관했다. 왕-위 조는 세계랭킹 2위인 중국의 톈칭-자오윈레이 조와 준결승에서 만나지 않으려고 일부러 지는 경기를 펼쳤고 결국 0대2로 패했다. 성 감독의 항의에 주심이 경고까지 내밀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A조 2위로 8강에 오르며 자국팀과의 맞대결을 피했다. 중국이 원하는 바를 얻은 뒤 다른 팀들도 유리한 대진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의 '져주기' 전법을 따랐다. C조의 하정은-김민정(한국) 조와 멜리아나 자우하리-그레시아 폴리(인도네시아) 조 역시 대진을 의식해 맞대결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이들을 보기 위해 코트를 가득 채운 관중들이 알아채고 야유할 만큼 명백한 승부조작이었다.
메달을 따기 위해 '져주기 게임'을 했다. 옳지 않은 선택은 철퇴를 맞았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1일 2012년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조별리그에서 벌어진 '고의 패배' 경기와 관련해 한국(4명), 중국(2명), 인도네시아(2명) 등 8명의 선수를 전원 실격 처리했다. 이의신청 역시 기각됐다. 토마스 룬드 BWF 사무총장은 2일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고의 패배' 사건에 연루된 여자복식 4개조 선수 모두 실격 처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늘 아침 8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었다. 전날 경기에서 반복적으로 불성실한 경기를 펼쳤다"고 설명했다.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행위'와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는 행동'을 금지하는 배드민턴연맹 규정에 따른 처분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이의 신청을 제출했지만 고의 패배 내용이 워낙 명확해 신청 자체를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경기 실격 이외에 코치나 선수단에 대한 추가징계는 없다"고 덧붙였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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