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 획득으로 발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국민들의 눈이 축구에 몰렸다.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이후 상황과 비슷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10년간 반성이 이어졌다. 실패 전철을 밟을 수는 없었다. 만반의 준비를 했다. 3-4위전을 앞두고 대규모 응원전을 열었다. 주말 열리는 K-리그 28라운드 8경기에서는 '사상 첫 동메달, 팬 여러분의 힘입니다'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모두가 올림픽 동메달을 K-리그와 한국 축구의 발전으로 이어가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적은 내부에 있었다. 그것도 한국 축구를 살려야할 최고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이었다. 조 회장이 다이니 구니야 일본축구협회장에게 보낸 '굴욕 이메일'이 한국 축구 발전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책이 있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질질 끌게 되면 동메달을 계기로 불붙은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도 금방 꺼질 수도 있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 더 이상 '조중연 체제'에서는 희망을 찾기가 힘들다. 즉각적인 사퇴를 통해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 비단 조 회장만이 아니다. 조 회장과 함께했던 축구계 구시대 인물들도 함께 해야 한다.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준다는 의미도 있다. 그동안 조 회장은 여러가지 사태에 있어서 희생양만 내세웠다. 자신은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서도 이리저리 빠져나갔다.
결자해지(매듭은 묶은자가 풀어야 한다는 뜻)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사례를 봤을 때 조 회장이 매듭을 묶는데는 탁월하지만 푸는 것은 그리 능하지 않다. 오히려 섣불리 손을 댔다가 더 매듭만 꼬이게 된다. 조 회장은 매듭을 푸는 일을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적임자들을 모아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대위는 차기 회장 선거까지 현재의 사건을 관리 및 해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비대위에는 축구인들과 외부 전문가들을 총망라해야 한다. 참여할 축구인들도 눈이 고운 체에 걸러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연공서열식의 자리 나눠먹기는 안된다. 능력은 없으면서 연배만 높은 무능력자들이 비대위에 들어간다면 아니한만 못하다. 국내 축구계 상황을 잘 알고 동시에 국제 축구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들을 선임해야 한다. 조광래나 허정무 차범근 등이 적격자다.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도 절실하다. 축구인들만의 축구협회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열정은 크지만 능력이 달린다. 축구를 좋아하면서도 능력이 출중한 외부 인물들은 찾아보면 상당히 많다. 해외 축구 선진국들도 외부 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비대위 구성이 힘들다면 내년 1월 예정되어 있는 회장 선거를 빨리 치르는 것도 방법이다. 책임감있는 운영진을 구성해 빠르면서도 원만한 해결을 봐야 한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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