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해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네요."
대한축구협회 직원들과 축구인들이 개탄을 금치 못했다. '박종우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해 일본에 전달한 협회의 저자세 굴욕 이메일 파문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축구협회 직원들은 조중연 회장과 김주성 사무총장이 합작한 독단적인 행정 처리에 또 다시 혀를 내둘렀다. 한 관계자는 "이런 중대한 사안이라면 적어도 협회의 각 부서장 회의는 해야 되는 것 아닌가. 부서장들은 모든 사실을 언론 기사를 보고 알았다. 왜 협회 직원들이 단체로 욕을 먹어야 하는지…"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17일 오전 회의는 1~2주일에 한 번씩 하는 정례 회의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대책 회의는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 내용에서도 전혀 이메일 파문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이 관계자는 "이날 회의 내용에선 협회 수뇌부가 발생시킨 사안에 대한 내용은 제외된 채 언론에 보도된 굴욕적인 제목들에 대응할 방법만 강구했다"고 한탄했다.
이번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끝내 이메일 원문 공개를 거부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과를 차분히 지켜본 뒤 보내도 될 문서였다. 엄밀히 따지면, 외교문서도 아니다. 이런 문서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우습다"고 비난했다.
협회 내부는 두 동강이다. 조 회장, 김 사무총장과 소통이 단절된 지 오래다. 이 직원은 "올해 여러 사건이 터지면서 암암리에 '국제부 직원과 접촉 금지령'이 생긴 상태다. 국제부 직원과 얘기도 못하고 밥도 먹지 못한다"고 했다.
축구인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영어에 정통한 관계자에게 들어보니 원문에 허점이 많았다고 하더라. 내가 협회 전무를 맡을 당시 한 문서가 외국으로 가기 위해선 여러차례 검토가 필요했다. 현 협회 인사 시스템의 전문성을 보강해야 할 듯하다.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K-리그의 한 단장도 "애초 일본에 보낸 문서는 저자세의 의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다. IOC와 FIFA의 처분을 차분히 기다렸어야 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주도한 김 총장은 이날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FIFA 본부를 방문해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제출하고 돌아왔다. 김 총장은 "FIFA는 세리머니의 진상을 알기를 원했다. 협회는 사실에 근거해 입장을 전달했다. FIFA는 모든 자료를 취합해 상벌위원회 논의를 거쳐 중립적 결론을 IOC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저자세 이메일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확대해석에 반발했다. 김 총장은 "일본에 유감의 표시를 한 것이지 사죄는 아니다. 사과의 뜻으로 이메일을 보낸 것은 아니고 경기 중에 발생한 부분에 대한 유감을 함께 경기한 일본에 보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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