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 하나를 해도 집중해서 하란 말야!"
푸른 잔디 위에 쩌렁쩌렁한 고함소리가 울려퍼진다. 허공으로 슛을 띄운 선수는 철퇴를 맞았다. 이후 공격수들의 훈련이 사뭇 달라지기 시작했다. 실전에서 잘 쓰지 않는 다이빙 헤딩슛을 시도하는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그제서야 김학범 강원 감독(52)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슛, 패스 하나를 해도 집중력 있게 해야지, 대충대충 하면 안돼." 훈련장 이곳저곳을 뛰어 다니면서 선수들과 볼을 차고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이 보일 때마다 불호령이 떨어졌다. 성남 일화 시절 '용장'으로 명성을 떨쳤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2012년 K-리그가 정규리그를 마치고 스플릿 시스템에 접어든다. 김 감독은 쉴 틈이 없다. 정규리그 꼴찌 강원이 그룹B에서 어떻게 하면 생존할 수 있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훈련을 마친 후에도 김 감독의 일과는 계속된다. 선수단 및 상대팀 분석에 들어간다. 자정이 되서야 퇴근하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됐다. "지금 상황에서 무슨 답이 있겠어요, 그냥 열심히 하는거지 뭐."
김 감독이 진단하는 강원의 문제점은 수비였다. 어정쩡한 상황에서 선제골을 내주면서 끌려가는 경기가 많다보니 준비해 놓은 것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김 감독은 "이겼어야 할 경기들을 내주면서 흔들렸다"고 입맛을 다셨다. 그는 "강팀과 약팀의 차이는 집중력이다. 우리 팀의 경우 순간적인 상황에서 멍하게 서있다가 실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 보강을 하면서 그나마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강원이 속한 그룹B에선 인천과 대구, 성남이 그나마 여유가 있는 편이다. 강원과 대전, 상주, 전남, 광주 5개 팀은 승점 4 이내에 몰려 있다. 14경기를 치르는 일정 동안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 아무도 모른다. 대부분 만만한 전력인 팀들이 모여 있으니 김 감독 입장에선 자신감을 가져볼 만도 한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손사래였다. "우리 입장에서 쉬운 팀이 어디있어요, 매 경기가 부담스러운게 사실입니다."
이런 김 감독도 믿는 구석은 있다. 달라진 선수들의 자세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지칠 만한 시기인데도 눈빛은 살아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먼저 나서서 하려는 자세가 보인다"고 말했다. 믿음에 비해 꿈은 소박하다. "정규리그에서 꼴찌를 했으니 큰 기대는 하지 않아요. 그룹B 뒤에서 세 번째 정도가 목표입니다. 이기는 경기를 하는데 초점을 맞출 생각이에요." 굳이 승부사 기질까지는 숨기지 않는 김 감독이었다.
강릉=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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