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은 많은데, 볼 수 있는 영화는 두 편뿐?"
대형 배급사의 제 이득 챙기기가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자사의 영화만 '왕'이고 나머지 영화는 찬밥신세다. 자사 영화만 대거 상영을 하다보니 관객들 입장에선 "극장은 많은데 볼 영화는 몇 개 없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9월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는 총 12편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형 배급사인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영화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CJ E&M이 투자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지난 18일 741개 스크린에서 3557회 상영됐다. '레지던트 이블5: 최후의 심판'은 337개 스크린에서 1888회, '피에타'는 305개 스크린에서 1297회 상영됐을 뿐이다. '독점'이란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물론 저예산 영화인 '피에타'의 스크린수가 다른 상업 영화들과 경쟁해볼 만한 수준인 305개까지 늘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뒤 김기덕 감독이 대형배급사의 독과점에 대해 일침을 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스크린수는 그보다 2배 이상 많은데다가 다른 저예산 영화들은 여전히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고 있다.
19일 CJ E&M의 계열사인 서울의 한 CGV 극장에선 '광해, 왕이 된 남자'가 6개관에서 26회 상영됐다. 2개관에서 8회 상영된 '피에타'보다 월등히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베니스 황금사자상의 후광효과를 본 '피에타'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와 같은 날 개봉한 외화 '인시디어스'는 1개관에서 3회 상영됐고, '더레이디'는 1개관에서 1회 상영됐다.
이런 대형 배급사의 독점 현상은 20일부터 더 심해질 전망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한 영화 '간첩'이 개봉하기 때문.
롯데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서울의 한 롯데시네마에선 '간첩'의 개봉에 맞춰 이 영화의 개봉관을 대거 확보했다. 5개관에서 19회 상영될 예정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와 '간첩'의 틈 바구니 속에서 작은 영화들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진다. 이 극장의 경우 '피에타'는 아예 교차상영된다.
대형 배급사의 영화들은 개봉일마저 '제 마음대로'다. 9월 20일 개봉 예정이었던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개봉을 1주일 앞당겨 13일에 개봉했다. 그러자 '간첩'도 27일에서 20일로 개봉을 앞당겼다. 대형배급사들의 전폭 지원을 받는 영화가 개봉일을 갑작스럽게 변경하면 저예산 영화들은 휘청휘청할 수밖에 없다. 홍보 일정과 정상적인 상영에 차질을 빚게 된다.
영화 관계자들은 "대형 배급사의 횡포는 불공정 행위이자 영화 산업의 다양성을 저하시키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저예산영화의 관계자는 "손 쓸 틈 없이 당한다는 말이 딱 맞다. 일단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평가를 받아야하는데, 그런 기회마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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