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일찍 나와줬어도…"
최근 KIA 관계자들의 마음속에는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교차되고 있다. 서재응과 김진우 윤석민 등 토종 선발 3인방이 연달아 완투승을 거두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한발 늦은 분전이 아쉽다는 반응과 또 올해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더 좋은 미래가 오는 것 아니냐는 희망찬 기대감이다. 토종 3인방의 호투는 '만시지탄'과 '고진감래'라는 두 상반되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2주만 빨랐어도… KIA의 '만시지탄'
이미 KIA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사라졌다. 26일 현재 4위 두산과 5.5경기 차이가 나는데, 남은 경기수는 8번 밖에 안된다. 그래도 최근 서재응-김진우-윤석민의 연속 완투승리로 3연승을 거두면서 시즌 막판 '명가의 자존심'을 다시 한번 반짝 보여줬다.
토종 선발들의 이같은 호투는 KIA로서는 오매불망 기다리던 장면이다. 그러나 때가 늦어도 너무 늦었다. 만약 4강 진입의 실마리가 남아있던 9월 초순에 이런 연속 호투가 이어졌다면 KIA의 현재 위치는 지금과 사뭇 달랐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8일~12일과 19일~22일에 당한 두 차례의 4연패 시기에 이들 '토종 3인방'이 나서 연패를 끊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다.
결과적으로는 뒤늦은 후회일 뿐이고, 또 투수들을 원망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이 시기에 나선 토종 3인방은 상당히 호투했지만, 불펜의 난조나 타선의 침묵으로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맏형 서재응은 지난 8월 26일 대전 한화전부터 6경기(선발 5경기) 36이닝 연속 무실점의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3연패 중이던 12일 광주 롯데전에도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타선의 지원부족으로 연패를 끊지 못했다. 김진우는 8일 잠실 LG전에 6⅔이닝 10안타 4실점(3자책점)을 기록했으나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고, 20일 광주 삼성전에서는 7⅓이닝 5안타 2실점 하고도 패전투수가 됐다. 에이스 윤석민 역시 19일 광주 두산전에 8이닝 8안타 3실점으로 역투했으나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때문에 KIA의 9월 불운과 4강 탈락의 원인을 이들 토종 3인방에게서 찾을 수는 없다. 다만, 뒤늦은 선전이 아쉬울 뿐이다.
시련을 겪은 호랑이, 내년에 강해지나
이런 불운을 겪으면서 선발 3인방 뿐만 아니라 분명 KIA의 팀 컬러도 조금씩 바뀌는 조짐이 보인다. 시즌 막판 3연속 완투승의 비결은 선발들 스스로 '최대한 내가 책임진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마운드를 지켜낸 덕분이다. 여기에 타선의 지원도 모처럼 잘 터져나왔다.
물론, 순위 경쟁이 마무리되면서 상대팀도 전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식으로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완투'의 의미는 그 어느 것으로도 퇴색될 수 없다. '5이닝 선발'들이 당연시되는 현재 프로야구 풍토에서 홀로 9이닝을 책임지는 모습이 연이어 나왔다는 것은 신선하다.
더불어 내년에 대한 기대감도 더 갖게 한다. 올해 무수히 많은 불운 속에서 KIA 토종 선발들은 '완투형'으로 진화했다. 더불어 문제점이 확인된 타선에 대한 개선작업도 뒤따를 전망이다. 변화의 움직임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KIA의 전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막강한 선발진을 가졌다는 점은 '포스트시즌'에서의 KIA가 한층 더 강한 파괴력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만시지탄'을 끝내고 '고진감래'를 기대하는 KIA의 내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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