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벌 완장은 수원 삼성의 FC서울전 상징과 같다. 수원의 팀 컬러인 청백적 바탕에 북벌(北伐·북쪽의 적을 정벌한다는 뜻)이라는 글자를 새겨넣고 지난해 10월 3일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주장인 염기훈(현 경찰청)이 처음으로 북벌 완장을 찼고,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매번 새로운 것을 착용하지 않고 첫 경기 때 사용했던 완장을 그대로 쓰고 있다. 경기 때마다 착용했던 선수의 사인이 완장 뒷면에 추가되고 있다.
가장 많은 사인을 한 선수는 '곽대장' 곽희주다. 올 시즌 수원의 주장으로 임명된 뒤 서울과의 리그 세 경기와 FA컵 16강전까지 모두 완장을 찼다. 곽희주가 북벌 완장을 차고 나선 네 경기서 수원은 무실점 4연승을 하면서 슈퍼매치를 접수했다. 완장에 새겨진 북벌을 제대로 이뤄낸 셈이다.
사실 곽희주가 이렇게 많이 북벌 완장을 찰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는 없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새 식구 곽광선과 보스나에게 주전 중앙 수비수 자리를 넘겨줬다. 리그 초반에는 백업 역할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다부진 생김새와 달리 여린 마음을 안고 있던 곽희주였다면 또 다시 무너졌을 수도 있다. 실제 2009년에는 주장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채 시즌 중 주장직을 반납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차례 시련은 곽희주를 터프가이로 변모하게 만들었다.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굳은 일을 도맡았다. 훈련장의 리더 역할 뿐만 아니라 인생 선배로 후배들의 작은 목소리까지 귀 기울일 줄 아는 선수가 됐다. 이런 모습은 윤 감독이 네 차례 서울전에서 곽희주에게 북벌 완장을 믿고 채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곽희주는 올 시즌 한 번 더 북벌 완장을 찰 수 있는 기회가 있다. 11월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올 시즌 마지막 서울전이 그 무대다. 곽광선과 보스나가 복귀할 것으로 보이는 경기지만, 북벌 완장은 곽희주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데얀-몰리나의 '데몰리션 콤비'로 대변되는 서울의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함과 동시에 수비 리더의 역할에서 만점에 가까운 활약을 했다. 곽광선과 보스나에 비해 더 오래 서울을 상대하면서 상대를 잡는 노하우를 알고 있다. 하지만 곽희주에게 서울전은 매번 어려운 숙제다. "서울이나 우리나 상대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경기하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모범답안은 잘 알고 있다. 곽희주는 "우리가 더 절박하게 경기에 임하는 것 같다. 한발 더 뛰고 열심히 노력해야 서울전 연승을 이어갈 수 있다"며 마지막 서울전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곽희주의 또 다른 서울전은 이미 시작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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