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잘했다"고 등을 두들겨 준다.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오히려 "괜찮다"고 말한다. 이 독려들은 진심이 아닌 거짓말이다. 그러나 거짓말의 색깔은 빨갛지 않다. 하얗다.
'철퇴왕' 김호곤 울산 감독이 선의의 거짓말쟁이로 바뀌었다. 이유있는 변신이다. K-리그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울산은 K-리그를 넘어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챔피언스리그에서 살아남은 팀이 됐다. 모두가 울산의 선전만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24일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 원정 1차전을 치르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사기가 필요했다. 사기 충전은 K-리그 무대를 통해서 이뤄졌어야 했다. 결과론적으로는 실패였다. 울산은 3일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의 8강 원정 2차전(4대0 승) 이후 K-리그 3경기에서 1무2패로 부진했다. 14일 포항전(1대3 패)에는 A대표팀에 차출된 핵심멤버 4명(이근호 김신욱 곽태휘 김영광)의 전력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17일 전북전(1대3 패)에는 전력 누수가 더 심각했다. 강민수와 김승용마저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다. 가용 자원이 부족하다보니 김 감독은 전술로 만회하려고 했다. 기존 4-2-3-1 포메이션을 4-1-4-1로 바꿨다. 역부족이었다. 부상병동이 된 전북도 주전 7명이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탄탄한 백업멤버들 덕분에 전력 공백이 커 보이지 않았다. 김 감독은 "부상으로 빠진 것과 싱싱한데 못 뛰는 것과는 다른 얘기"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연패로 팀 분위기가 계속 처진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김 감독이 아니었다. 고지가 바로 눈앞이다. 전술은 실패했지만, 전략은 살아있다. 패배의 좌절감에 빠진 선수들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있는 것은 감독의 살가운 한 마디다. 인자한 아버지 웃음을 지으면서 "뭐,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다음에 잘 하면 된다"며 계속해서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아름다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목표(챔피어스리그 우승)는 정해져 있다. 승패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고 말하고 있다. 많은 것이 걱정되긴 하지만 패했을 때 의기소침 한다거나 좋지 않은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이 걱정이다. 그저 우리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18일 선수들보다 하루 빨리 우즈벡에 입성한다. 19일에 예정된 분요드코르의 리그 경기를 관전한 뒤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구상을 짤 계획이다. 19일에는 드디어 대표팀 4총사가 돌아온다. 이란전을 마친 4총사는 시차를 고려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호텔에서 하루 머문 뒤 우즈벡으로 곧바로 합류한다. 정예멤버가 다시 꾸려진다. 김 감독의 '하얀 거짓말'은 더 이상 필요없게 된다.
울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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