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리그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차연희(26·대교)에 기대를 건 이는 많지 않았다.
고질적인 부상 때문이다. 올 시즌에는 수술을 받으면서 3개월을 쉬었다. 챔피언결정전이 치러지기 3주 전에야 팀에 복귀해 훈련에 참가했다. 정상적인 몸이라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대교가 22일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인천 현대제철에 0대1로 패하자, 이번만큼은 차연희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승부는 차연희의 발끝에서 갈렸다. 1-0으로 대교가 불안한 리드를 지켜가던 후반 29분 감각적인 왼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4분 뒤에도 왼발로 현대제철의 골문을 두드리면서 팀의 WK-리그 사상 첫 2연패를 이끌었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도 1골2도움의 맹활약 끝에 최우수선수(MVP)상을 따냈던 차연희는 1년 만에 다시 MVP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차연희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1차전에서 (후반 막판) 오심으로 득점을 인정 받지 못했다. 억울해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면서 "이대로 지면 억울하지 않겠느냐고 동료들에게 말했다. (우승에 대한) 절실함이 있었기 때문에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득점에 대해서는 "사실 경기 중에 오른발에 찬스가 올 것 같아 연습을 많이 했는데, 오른발보다 왼발이 더 잘 맞더라. 감이 좋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차연희는 득점 후 왼쪽 팔에 감았던 주장 완장을 허공에 펴 보이는 세리머니를 펼쳐 궁금증을 자아냈다. 완장 안쪽에는 '하늘에 있는 정정숙 선수, 보고싶어요'라는 손글씨가 쓰여 있었다. 고 정정숙은 2009년 위암 판정을 받은 뒤 2년여 간 투병했으나,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났다. 차연희는 "(정)정숙 언니와는 어린 시절부터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함께 생활을 해왔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이번에 했다"고 밝혔다.
고양=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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