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는 집안엔 뭔가 다른게 있다!'
여자 프로농구가 1라운드를 끝내고 이제 막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통합 7연패에 도전하는 신한은행이 예상대로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5년 연속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던 우리은행이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KDB생명도 초반 부진을 딛고 예년의 모습을 회복하며 3일 현재 우리은행과 함께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최강 신한은행은 물론이고 KDB생명과 우리은행도 확실한 '한방'을 보유하고 있다. '잘 되는 집안'은 달라도 뭔가 다른 것이다.
KDB생명은 '정자신(神)'으로 불리는 센터 신정자의 맹활약이 연일 화제다. 신정자는 3일 삼성생명전에서 16득점-15리바운드-10어시스트 등 3개 부문서 두자릿수의 기록을 올리며 트리플 더블을 달성했다. 벌써 3경기 연속으로, 한국 남녀농구 통틀어 최초이다. 이 대기록이 더 빛나는 이유는 신정자가 트리플 더블을 달성하는 3경기 모두 팀 승리를 챙겼기 때문.
KDB생명은 개막전에서 우리은행에 패하는 등 초반 1승2패에 그치고 있었다. 성적은 차치하더라도 뛰어난 조직력과 끈끈한 수비로 여자농구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KDB생명 특유의 경기력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KB국민은행과 2차 연장전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승리를 낚아내며 KDB생명은 확실히 예년의 모습을 되찾았다. 신정자의 트리플 더블 기록이 이 경기부터 시작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득점과 리바운드 등 2개 부문에선 거의 매 경기에서 두자릿수 이상을 기록, 더블더블은 손쉽게 달성하고 있던 신정자에게 수비자 3초룰 폐지는 어시스트 부문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상대방 골밑에 빅맨들이 버티고 자신에게 협력 수비가 몰릴 때 주변에 있는 동료들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배달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지난 5년간 시즌 평균 어시스트가 2.58~4.82개에 그쳤지만 올 시즌엔 7.5개로 3개 이상 대폭 늘어났다. 곽주영 조은주 한채진 이경은 김보미 등 주전 선수들이 수년간 변동없이 호흡을 맞추면서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움직임을 잘 아는 뛰어난 조직력도 신정자의 대기록 달성에 가장 큰 지원군이다.
네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우리은행은 시즌 개막전에서 KDB생명을 꺾고 파란을 일으킨 후 지난 1일 KB국민은행전에서 승리하며 무려 3년만에 연승을 기록하며 2위까지 올랐다. 지난해 8번 싸워 모두 패한 KB에 2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는 등 초반 상승세가 결코 돌풍이 아님을 입증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주전 고아라가 삼성생명으로 옮긴 후 이렇다 할 전력보강이 없었기에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유일하게 달라진 점은 신한은행의 막강시대를 이끌었던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가 부임했다는 것. 이들은 오프시즌에 공수의 기본기부터 다시 가르치는 동시에 남자 선수들 못지 않았던 지독한 체력 훈련을 시켰는데,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뽑힐만큼 잠재력이 뛰어났던 박혜진-이승아 등 젊은 가드진이 그간 쌓은 경험에다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했던 전 코치의 지도력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다 주장 임영희의 슈터 본능 부활하면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공교롭게 두 팀은 5일 춘천호반체육관에서 시즌 2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우리은행은 KDB생명덕에 상승세를 시작한 좋은 경험이 있고, KDB생명은 신정자의 4경기 연속 트리플 더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경기는 2라운드 상위팀의 판도를 좌우할 수 있어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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