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큐 수원"이라는 말이 목까지 나왔다. 정조국(서울)이 동점골을 넣은 후반 40분, "아~ 수원"이라는 외마디와 함께 침묵이 흘렀다.
4일 전북과 부산의 K-리그 38라운드가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 전북 구단 관계자들은 홈경기를 3시간 앞두고 시작된 서울-수원전을 시청하기 위해 구단 사무실에 삼삼오오 모였다. 평소 홈 경기 준비를 위해 분주한 시간이지만 올시즌 K-리그 우승 경쟁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빅매치'를 놓칠 순 없었다.
37라운드까지 서울(승점 80)이 전북(승점 73)에 승점 7점 앞선 선두였다. 이날 경기가 이흥실 전북 감독이 짜 놓은 '역전 우승 시나리오'의 시작점이었다. 서울이 수원 징크스를 깨지 못하고 전북이 승점 3을 추가하면 역전 우승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서울-수원전을 시청하는 전북 구단 사무실은 전·후반이 달랐다. 수원이 0-1로 앞선 전반에는 환호가, 서울이 동점골을 기록한 후반에는 침묵이 지배했다.
전북으로선 최선의 시나리오는 아니었지만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서울이 38라운드에서 승점 1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전북 입장에서는 아쉽긴 하지만 전화위복이 됐다.
한 달 전이었다. 10월 3일 열린 K-리그 34라운드. 전북은 같은 날 3시간전 열린 수원-서울전을 지켜봤다. 서울이 수원전 7연패를 당한 그 경기였다. 전북의 상대는 38라운드 상대와 똑같은 부산이었다. 그러나 전북은 2대2 무승부를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여파는 오래 갔다. 전북 관계자는 "그날 승리를 했어야 했는데 선수들이 (수원-서울전) 경기를 본 게 독이 됐나보다. 부산전 이후 안 좋았던 분위기가 다음 경기까지 이어져 포항에도 패했다"고 설명했다.
한 달 뒤, 다시 서울-수원전 경기를 지켜본 이흥실 감독은 내심 미소를 보였다. 경기전 만나 '(서울의 무승부가) 아쉽지 않느냐'고 묻자 "최용수 서울 감독이 아쉽겠지"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면서 10월 3일의 교훈을 되새겼다. "한 달 전에 선수들이 (수원-서울전 경기 결과를 알고 경기에 임해) 이기려는 마음이 너무 강했다. 선제골을 허용하고 계속 따라만 가야했다. 선수들이 이번에도 경기 결과를 알고 경기를 하지만 그때와는 다를 것이다." 자신감이 넘쳤다. '전북 스타일'이 해답이었다. 이 감독은 "욕심이 과하면 안된다는 걸 나보다 선수들이 더 잘안다. 평소대로 '닥공(닥치고 공격)'을 한다. 선수들에게 '홈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자'고만 얘기했다"고 답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전주의 홈 팬들이 승리의 찬가를 불렀다. 이동국의 2골 활약을 앞세워 3대0 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서울(승점 81)과의 승점차를 5점으로 좁히며 우승 경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이 감독은 "서울전(25일)까지 승점차를 더 줄이는게 목표다. 한 경기씩 잘 해결하면 기회가 충분히 올 것"이라며 우승에 대한 희망을 품었다.
한편, K-리그 38라운드 그룹 B(9~16위)에서는 강등을 피하려는 하위권 팀들이 나란히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최근 4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했던 전남은 대구를 1대0으로 꺾고 귀중한 승점 3점을 추가했다. 강원은 K-리그 통산 400경기 출전 자축포를 쏜 김은중의 활약에 힘입어 대전을 5대1로 대파하고 3연승(상주전 기권승 포함)의 휘파람을 불었다. 상주에 기권승(2대0 광주 승)을 거둔 광주까지 승점 3을 추가, 강등 싸움은 제자리 걸음을 했다. 13위 전남(승점40) 14위 강원(승점 38) 15위 광주(승점 36) 순위구도가 38라운드에도 이어졌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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