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주태수의 올시즌 연봉은 1억5000만원이다. 지난해 1억원에서 무려 5000만원이 인상됐다. 출전시간 평균 17분1초에 5.8득점 3.2리바운드. 지난 시즌 주태수의 기록을 보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연봉 인상액일 수 있다.
주태수는 "감독님 덕분에 연봉이 올랐다"며 활짝 웃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주태수 같은 선수가 연봉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말하는 연봉 5000만원 인상. 그냥 웃어 넘길 일만은 아니다.
주태수는 외국인선수 마크 전문 빅맨이다. 국내선수 중 유일하게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신체(2m2, 102㎏)를 가졌다. 이승준과 서장훈도 있지만 둘은 수비보단 공격력으로 주목받는 이들이다. 반면 주태수의 역할은 수비에 쏠려 있다.
유 감독은 "태수라고 공격형 4번을 보고 싶은 마음이 없겠나"라고 했다. 주태수 정도의 신체조건을 가졌는데, 이름값이 있는 선수라면 모두 공격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대신 유 감독은 주태수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외국인선수와 몸싸움이 가능한 하드웨어, 그리고 이따금씩 페인트존 밖으로 나와 쏘는 미들슛. 유 감독은 "상대를 제압하는 4번도 좋지만, 태수 같은 선수를 쓰는 것도 이기는 농구다. 그런 모습을 부각시켜줘야 한다"며 보이지 않는 활약을 펼치는 주태수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사실 유 감독은 묵묵히 뛰는 주태수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아무리 신체조건이 좋다 해도, 혈통부터 다른 외국인선수들을 막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5000만원 올려줬지." 유 감독은 7일 오리온스전을 앞두고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먼저 주태수 얘기를 꺼내놓았다. 팀이 단독 2위로 고공비행을 하며 이목이 집중된 지금이 숨은 일등공신을 치켜세우기 가장 좋은 순간이었다. 때마침 취재진도 많았다.
전자랜드가 7일 오리온스와의 원정경기에서 78대70으로 승리한 뒤 인터뷰실에 들어온 주인공 역시 주태수였다. 유 감독이 경기 전부터 칭찬한 그는 이날 6득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득점은 적었지만 고비 때마다 걷어낸 리바운드, 그리고 오리온스의 테렌스 레더를 효과적으로 봉쇄한 수비가 눈에 띄었다.
주태수는 "어느 스포츠든 공격력이 화려한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농구도 잘 모르고 보면, 골 많이 넣는 선수가 잘 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도 아쉬운 건 있다. 하지만 그런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당당히 말했다.
이어 "보통 연봉을 산정할 때 수비가 반영되는 부분이 별로 없다. 꼭 득점이 아니더라도 수비 쪽 부분을 고려해줬으면 한다. 저 같이 수비 위주로 하는 선수들도 있지 않나"라며 웃었다.
농구엔 한 경기에 20점 이상 넣어줄 수 있는 에이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주태수 같은 이들도 인정받는 세상이 와야 하지 않을까. 내년엔 유도훈 감독과 주태수처럼 연봉 5000만원 인상에 함박웃음을 짓는 이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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