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하면 설명이 필요없었다. 무승부를 기록해도 상대가 이기지 못하면 우승, 패배해도 상대가 패하면 정상 등극이었다. '우승 경우의 수'는 무려 3가지였다.
"빨리 마침표를 찍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감독의 출사표였다. 종료 휘슬이 울리기 3분 전, 모든 관중이 일어났다. 벤치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어깨동무를 했다. 폭죽이 터졌다. 상암벌에 '챔피언 찬가'가 울려퍼졌다.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우승컵의 주인은 FC서울이었다.
2012년 11월 21일, K-리그는 서울 천하였다. 서울은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정규리그 41라운드에서 올시즌 우승 경쟁의 마침표를 찍었다. 제주를 1대0으로 물리치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남은 3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을 확정지었다.
우승 전사들은 그라운드를 돌며 관중들의 환호에 답례했다. 열정적인 서포터스석 앞에 선 순간이 절정이었다. 서포터스의 응원가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사령탑으로는 첫 시즌인 최용수 서울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후 처음으로 헹가래를 받으며 최고의 기쁨을 만끽했다. 2년 만의 정상 등극이었다. 서울은 2004년 연고지를 이전한 후 처음으로 정상에 입맞춤했다.
경기 전 우승 확률은 99%였다. 마침표만 남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가득했다. 최 감독은 "잠은 푹 잤는데 몇 시간 못 잔 것 같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이원 상황'이 연출됐다. 탄식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2위 전북이 전주에서 한 시간 전 먼저 문을 열었다. 상대는 울산이었다. 전반 45분, 울산이 3-1로 앞섰다. 서울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했지만 즐겼다. 만에 하나 제주에 패해도 우승이었다.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도 휘슬이 울렸다. 전반 36분 정조국이 골문을 열었다. 데얀이 헤딩한 공이 골대를 맞고 흐르자 오른발을 갖다 대 골망을 출렁였다. 1-0, 전반이 끝이 났다. 전북의 뒷심은 무서웠다. 후반 두 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울산이 경기 종료 직전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곽태휘가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3대3으로 막을 내렸다.
서울은 패할 경우 우승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물론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었다. 반전은 없었다. 한 골을 끝까지 잘 지키며 대미를 장식했다. 서울은 승점 90점(27승9무6패)을 기록했다. 2위 전북(승점 78·22승12무7패)과의 승점 차는 12점으로 벌어졌다. 전북이 전승을 해도 승점은 87점에 불과하다.
제주의 운명이 가혹했다. 두 팀은 2010년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닥뜨렸다. 서울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제주는 다시 한번 '우승 희생양'이 됐다. 지난해 4월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의 첫 승 상대도 제주였다. 4월 30일 빗속 혈투에서 2대1로 승리했다. 제주와의 6차례 대전에서 단 한 차례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4승2무를 기록했다. 서울은 2008년 8월 27일 이후 15경기 연속 무패(10승5무)를 이어갔다.
최 감독은 구름 위를 걸었다. 상기된 표정의 그는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무리를 잘해서 기쁘게 생각한다. 3경기를 남겨두고 우승의 세리머니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선수들에게 크게 다가올 것"이라며 "나를 믿고 잘 따라와 줬다. 자격있는 친구들과 싸우고 화해한 시간이 자랑스럽다. 선수 코치 감독으로서 한 팀에서 좋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준 허창수 구단주께 감사드린다. 축구단에 무한 애정을 보내주셔서 힘이 됐다.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한 팀에서 선수, 코치, 감독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린 첫 K-리거로 역사에 남게 됐다.
적장인 박경훈 제주 감독은 축하를 보냈다. 그는 "FC서울의 우승을 축하한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기고 싶었는데 실패했다. 내년에 서울을 이겨야 하는 것을 기약하겠다"고 했다.
상암벌은 환희로 물결쳤다.
상암=김성원 , 김진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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