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는 내년시즌부터 2부리그를 출범한다. 그동안 2부리그 역할을 해왔던 내셔널리그는 자연스럽게 3부리그의 역할을 맡게됐다. 풀뿌리가 넓어지는 것은 좋지만 내셔널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올 수 있다. 전력이 떨어지는 2부리그 팀들은 수준급의 내셔널리그 선수들에게 '프로'를 무기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이다. 2012년 신한은행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 이승환은 후배들의 든든한 바람막이다. 그는 "내년에 2부리그가 따로 생기면서 내셔널리그가 사실상 3부리그가 되는 탓에 어린 선수들이 많이 흔들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내셔널리그를 지키며 선배로서 실력 있는 후배들의 앞길을 열어주고 싶다"며 내셔널리그 지킴이를 다짐했다.
이승환은 29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2012년 신한은행 내셔널리그 MVP에 선정됐다. 이승환의 정규시즌 성적은 21경기 1골-4도움으로 평범하다. 그러나 포스트시즌까지 포함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승환은 포스트시즌들어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정규리그 6위 인천코레일의 챔피언 등극의 일등공신이 됐다. 특히 고양국민은행과의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는 극적인 2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승환은 챔피언결정전 MVP에 이어 2012년 내셔널리그 MVP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승환은 "'과연 앞으로 내 삶에서 이런 일이 또 있을까'할 정도다. 한편으로는 내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독이 든 성배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MVP를 받은 것은 축구 선수로서 큰 영광이다. 부담감을 즐기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승환은 대학시절부터 괜찮은 미드필더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 K-리그에서 활약하는 염기훈 정인환 서동현 등과 함께 곧잘 대학선발팀에도 뽑혔다. 2006년 추계대학연맹전에서 MVP를 받기도 했다. 동기, 후배들이 더 큰 무대에서 뛰는 모습을 보며 배가 아플법도 하다. 그러나 그는 내셔널리그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였다. 이승환은 "어렸을때는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이 부러웠다. 그러나 내 위치에서 열심히 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내셔널리그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아내와 딸도 프로행을 접은 이유다. 이승환은 "어렸을때부터 운동하느라 객지 생활을 많이 했다. 가족이 나 때문에 포기하는 부분이 많다. 프로에 가고 싶다는 내 욕심 때문에 아내와 아이가 불행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승환은 이번 우승으로 큰 선물을 얻었다. 정창영 인천코레일 사장은 1년에 2~3명의 선수들에게 정규직 채용을 약속했다. 팀을 위해 헌신한 이승환은 정규직 채용 1순위 후보다. 험난한 지도자의 길 대신 안정적으로 일하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편, 인천코레일은 MVP 외에도 최우수지도자상을 싹쓸이 하며 기쁨을 두배로 했다. 인천의 김승희 감독과 김찬석 코치는 각각 최우수 지도자 감독상과 코치상을 수상했다. 베스트 11에는 골키퍼 여명용(부산교통공사), 수비수 이상우(고양국민은행) 이용준(울산현대미포조선) 우주영(인천코레일) 김진석(강릉시청), 미드필더 한재만(목포시청) 이승환(인천) 김준태(창원시청) 박성진(고양), 공격수 이재민(울산) 고경민(용인시청)이 선정돼 올 시즌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다. 득점왕에는 이재민(울산), 도움왕에는 박성진(고양)이 올랐다. 2012년 내셔널리그 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수원시청은 우수구단에 선정됐고, 올 시즌 단 한 번도 퇴장 당하지 않은 김해시청은 페어플레이상을 차지했다. 한 해 동안 공정한 심판으로 원활하게 경기를 진행한 최대우 주심과 김성일 부심은 심판상을 수상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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