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27·셀타비고)에게 아스널은 악몽이다.
청운의 꿈을 안고 건너간 잉글랜드는 기회의 땅이 될 것처럼 보였다. 마수걸이 골을 터뜨리면서 팀을 리그컵 8강으로 이끌 때만 해도 현실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마음은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었지만, 몸은 벤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토록 염원하던 1군 무대가 아닌 리저브(2군)팀 경기를 전전했다. 축구선수로서 자신을 증명하지 못한 아스널에서의 생활은 악몽이 될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 생활은 정반대다. 구름이 걷히고 태양이 비추고 있다. 박주영이 시즌 3호골을 터뜨리면서 팀 승리의 디딤돌 역할을 했다. 박주영은 30일(한국시각) 스페인 비고의 발라이도스 스타디움에서 가진 알메리아와의 2012~2013시즌 코파델레이(국왕컵) 32강 2차전에서 후반 10분 헤딩 선제골을 터뜨렸다. 완전히 자신감이 살아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잡기 위해 문전으로 쇄도해 점프했다. 수비수가 달라붙은 상황에서 슛까지 연결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박주영은 수비수 마크를 뿌리치고 기어이 헤딩슛을 연결해 득점을 마무리하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 아스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투쟁력과 골 결정력이었다. 사실 아스널 시절에는 박주영이 부족한 면도 있었지만,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아 보여줄 기회가 적었을 뿐이다. 그러나 셀타비고에서는 출전 시간을 늘려가면서 컨디션을 조절한 결과, 특유의 골잡이 다운 능력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1차전에서 알메리아에 0-2로 패했던 셀타비고는 박주영과 로베르토 라고의 연속골에 힘입어 2대0으로 정규 경기를 마쳐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에서 엔리케 데 루카스의 결승골이 터지면서 종합점수 3대2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박주영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기회를 부여 받으면서 셀타비고의 히든카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좋은 골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주포 이아고 아스파스에 밀려 한동안 우려를 받았던게 사실이다. 파코 에레라 감독 역시 박주영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러나 프리메라리가 마요르카전 이후 두 경기 만에 다시 팀 승리와 연결된 득점을 한 박주영을 보면서 신뢰는 다시 높아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셀타비고의 코파델레이 16강전 상대는 레알 마드리드다. 박주영에겐 더할 나위 없는 상대다. 헤타페전에서 마수걸이골을 터뜨린 뒤 나선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회심의 헤딩슛이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의 선방에 막혀 불발된 바 있다. 코파델레이에서 다시 펼쳐질 재대결은 당시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는 기회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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